고혈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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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우리나라에 고혈압 환자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는 한 의학계의 보고가 있었다. 60년대에 비해 그 발생 빈도는 무려 2배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고혈압은 성인병의 하나로 40대 이상의 한국인들은 3명 중 한사람은 그런 증상을 갖고 있다고 한다. 연대가 높아질수록 그 발생 빈도도 비례해서 올라간다. 따라서 사망 원인의 제 1위가 고혈압에 의한 뇌졸중이다.
혈압의 평균치를 외국인과 비교해 보면 고혈압은 한국의 국민병인 것도 같다. 연령에 관계없이 구미인 보다 대체로 우리나라 사람의 혈압은 높다.
혈압은 일반적으로 환경·식사·연령 등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것은 의학자들이 임상에서 경험을 통해 알아낸 요인들이다. 고혈압을 문명병이라고 하는 것도 바로 그 요인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긴장이 지속되는 생활은 혈압을 높이게 하는 환경 가운데 하나다. 이것은 다분히 사회적인 분위기와도 관계가 있다. 교통「러쉬」나 소음 등은 특히 도시인을 긴장시키는 주요 원인이 된다. 더구나 도시인의 밀집한 생활은 긴장을 풀어줄 겨를이 없다. 그렇다고 지방 사람들의 혈압이 안정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짠 음식을 즐겨 섭취하는 지방인의 식생활은 혈압을 높여주는데 결정적인 구실을 한다.
한 조사에 따르면 지방의 중류이하 가정에서 하루에 섭취하는 소금의 양은 20g 정도였다. 이것은 성인이 하루에 필요로 하는 소금양의 2배에 가까운 분량이다. 어느 의학자가 우리나라 교도소의 실정을 조사해 보고 깜짝 놀란 일도 있었다. 69년도의 경우 대전교도소 재소자들은 하루에 무려 46.8g의 소금을 먹고 있었다. 따라서 40대 이상의 수감자 가운데 55%가 고혈압 증상을 갖고 있었다. 짠 식사와 긴장된 생활이 그런 결과를 가져온 것 같다.
식생활에 있어서 동물성 지방질을 많이 먹는 것도 역시 문제다. 그 속에 포함된「콜레스테롤」은 혈관을 막는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그런 경우의 혈관 단면도를 보면 마치 녹이슨 수도관처럼 좁혀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현대의 3대 성인병으로는 암·당뇨, 그리고 고혈압이 꼽히고 있다. 의학자들은 암이나 당뇨병의 치유는 상당한 연구 성과로 희망적인 전망을 하고 있지만, 고혈압은 아직도 어두운 전망뿐이다. 독립된 병이 아닌 사회적·문명적 병이기 때문이다. 고혈압 환자의 대부분은「본태성」의 증상을 갖고 있다. 이 경우는 원인이 드러나지 않아 치유도 그만큼 어렵다. 절제와 평정의 생활. 사람의 행복도 결국 이런데에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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