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샤쓰」의 수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티·샤쓰」를 입은 소년이 2일간의 구류처분을 받았다.「샤쓰」에 적힌「TEXAS」 「WESTERN」이란 영어가 혐오감을 준다는 이유였다고 한다.「티·샤쓰」란 영어의 T자 모양이 된 속「샤쓰」를 말한다.「골프」를 칠 때 흔히 입는 것도「티·샤쓰」다. 이 때의 「티」는「골프」공을 올려놓는「티」(tee)를 뜻한다. 그러나 보통은「티·샤쓰」라면 목면으로 만든 흰 속옷을 말한다.
이걸 어느 사이엔 가 젊은이들이 겉옷으로도 입고 다니기 시작했다. 시작은 물론 미국의 「이피」(Yippie)들이다.
이들이 일으킨 반문화 운동은 우선 손쉽게 복장의 관습을 깨는 데서부터 시작했다.
이들은 돈이 있어도 검소한 목면의「블루진」바지와「티·샤쓰」를 걸치고 거리를 활보했다. 물론 장발도 이들이 시작한 것이었다.
그들의 운동을 요새는「앤티·컬처」라고는 부르지 않는다.「뉴·컬처」라고 부른다. 그만큼 이들이 일으킨 복장혁명도 자리를 잡은 탓이라 할까.
청바지는 이미「뉴요크」의 고급「패션」가에서도 판을 치고 있다. 그래서 2백「달러」가 넘는「블루진」도 만들어 내고 있다.「티·샤쓰」에도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 남자가 속에 입는「티·샤쓰」와 똑같은 것을 곁에 입는 게 젊은 여성들의 유행이 되고 있다.
「티·샤쓰」는 땀흘리는 여름철에는 십상이다. 빨아 입기도 쉽다. 따라서 자기만 입어서 편하기만 하면 좋다고 생각하는「이피」들에게「티·샤쓰」처럼 좋은 제복도 없을 것이다.
더우이「티·샤쓰」에는 지극히 손쉽게 글을 써넣을 수가 있다. 그래서 미국의「이피」는 언제나「포스터」를 걸치고 다니는 셈치고 간단한 구호를 적은「티·샤쓰」를 애용하는 모양이다.
이미 우리나라에도 장발이 들어왔고 청바지도 한창 유행중이다. 그러니「티·샤쓰」라고 빠질 수야 없을 것이다.
다만 미국의「이피」들은 남과 똑같은「티·샤쓰」를 입지를 않는다. 그들이 무엇보다도 질색하는 것이 획일주의이기 때문이다.
딱하게도 우리네 젊은이에게는 그럴 만한 여유가 없다. 그저 대량 생산된 똑같은 글자의 똑같은 그림의「티·샤쓰」를 서로 나눠 입을 뿐이다. 그렇다면 조금도「티·샤쓰」를 입을 필요가 없지 않느냐는 논의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까지 깊은 뜻에서「티·샤쓰」를 사 입는 청소년들이 우리나라에 몇이나 되겠는가.
그저 싼 맛에 사 입을 뿐일 것이다. 만약에「티·샤쓰」를 못 입게 된다면 속옷을 겉옷 겸용으로 입어 오던 청소년들에게는 큰 부담이 될 뿐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