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내일의 꿈」을 위해 땀흘리는 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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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경남 울주군 웅촌면 은현리의 운암산-.그 아래 신암부락의 39가구가 옹기종기 모여있고 마을을 사이하여 남쪽으로 2km쯤 떨어진 곳에 소백산이 병풍처럼 가려섰다.
이 마을의 경작지는 밭 4·2ha, 논 25·9ha가 고작. 호당 평균 경지면적은 0·8에 지나지 않는다.
전국 평균 경지면적보다 밑도는 경지의 영세성은 바로 헤어날수 없는 가난을 의미했다.
그러나 72년부터 주민들이 단합, 1백53ha나 되는 산지를 개간하여 22정보의 밤나무단지를 조성하고부터 마을의 일손들은 더욱 바빠졌다.
서로 품을 내고 비료를 분담하고 농약을 모아서 공동 경작. 공동 분배하는 밤나무단지가운암산과 소백산에 광활하게 펼쳐있다. 밤나무에 농약을 치고 비료를 뿌리는 날이면 마을사람들은 모두 제각기 일손을 놓고 산으로 나온다. 22정보에 걸쳐 농약을 2번 살포했고 이 달 20일이면 또 약을 뿌릴 예정.
이미 2트럭분의 퇴비를 마련한 김을선씨(64·신암부락427)는 상오 4시쯤이면 운암산 밤나무단지로 나가 첫 일과인 풀베기를 시작한다. 밤나무 단지에서의 풀베기는 퇴비를 마련하는 한편 밤나무의 성장을 돕는 일석일백. 김씨가 여름내 져다 나르는 풀짐은 2백여짐에 이르고 퇴비를 고루 썩히기 위해 풀 뒤집기를 하다보면 밤 2시를 넘기는 때도 있다는 것.
경지가 10마지기가 채 안되면서 9식구를 부양해온 김씨는 처음으로 달린 밤톨이 대견스럽기만 하다.
『얼마나 구덩이를 많이 팠는지 셀 수도 없읍니다. 그 때는 구덩이만 파다가 죽는 줄 알았읍니다.』
72년 가을과 73년 봄에 걸쳐 밤나무 묘목 6천8백그루를 심었다. 호당 평균 1백70개의 구덩이를 판 셈이다.
거친 잡목과 잡초를 .제거하고 돌투성이의 산비탈을 직경1m·깊이 50cm에의 밤나무 구덩이 파기에 온 마을 사람들이 산에 매달리다시피 했다.
이제 5살 난 밤나무는 64세된 김씨의 키보다 한길 반이나 더 자랐다.
이 부락에서는 올 가을 처음으로 1천2백 그루에서 1백20만원어치의 수확을 올리고 78년부터는 모든 밤나무에서 1천여만원의 마을공동수익을 올릴 계획이지만 밤나무의 조림면적과 수확량이 전국적으르 기하급수적으로 느는데다 수출량이 줄어들고 있어 밤 가격이 떨어질 것이 예상돼 새로운 걱정거리로 되고있다.
현재 이 부락은 통일벼 논을 2벌 떼기를 마쳤고, 일반벼 논은 2번째 김매기가 한창이다. 농약도 1, 2차례 뿌렸다.
그러나 멸구와 이학명충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흑명나방이 예년 보다 극성을 부릴 기세여서 김씨는 걱정이 앞선다.
올 가뭄에도 불구하고 신암부락은 모내기를 예정대로 마쳤다. 이 마을 주민 30여명이 공동작업으로 상오 7시쯤 모여 하루 19시간 정도 일해 커다란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
이 마을 차주천씨(39)는 모기에 뜯기면서 이틀 밤을 새우며 논물을 댔지만 마을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부터는 훨씬 일이 수월해지고 지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공동작업은 곳곳에서 위력을 드러냈다. 우선 외지에서 일손을 사올 필요가 없어졌다. 마을의 공동사업이 착착 진척된 것.
마을회관 안에 30평의, 공동작업장을 마련한 이 마을 이장인 이만조씨 (37)는 겨울 농한기에 쓰일 가마니틀과 새끼들을 구하는 중이라면서 4계절에 걸쳐 쉬지 않는 일손을 자랑했다.<본사특별취재반i회부 설동환, 장진부 이창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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