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통령선거 앞두고 살펴본 주요과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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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건국 2백주년과 선거를 동시에 맞은 올해의 미국외교정책은 잇단 좌절 끝에 방향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 「닉슨」「키신저」「슐레진저」등 주역들은 탈락되거나 외면 당하고 국무성의 강자들도 퇴역했다. 따라서 차기대통령의 과제는 그 어느 때보다도 무거워졌다. 다음은 외교평론가인 미국인「태드·슐츠」가 이 같은 관점에서 미국의 외교정책을 분석, 전망한 최근 논문을 간추린 것이다. <편집자주>
76년의 미국외교정책은 대전 직후 부와 핵 독점에 의해 세계지도권을 장악한 이래 그 어느 때보다도 혼란 돼 있다.
3년 전만 해도 비교적 명확했던 정책들이 지금은 일관성과 방향을 잃고 있다. 대소「데탕트」정책은 혼란에 빠지고 서구동맹에 대해서는 신경과민상태에 있으며 중공의 새로운 사태에는 확신을 못 갖고「이스라엘」에 대한 견해는 분열돼 있으며「앙골라」와 남부「아프리카」문제에 대해서는 곤혹을 겪고있다.
지금 미국은 대항세력의 움직임에 다시 우려를 나타내면서 동맹국에 대해서는 불안을 느끼고 제3세계라는 강력한 세력의 출현에는 당혹하고 있다.
미국은 전반적으로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 개입주의와 고립주의사이에서 방황하고 있다.
외교정책에 관한 현 논쟁은 정쟁과 개인적인 감정·판단착오·잘못된 정보 등을 기초로 하고 있음이 특징이다.
의회는 많은 문제에 대해 백악관과 충돌하고 있지만 토의의 수준은 낮다.
공화당에선「포드」대통령과「리건」전 지사가 미국의 군사력이 소련보다 우위냐, 열세냐를 놓고 전혀 수긍할 수 없는 논쟁을 벌이고있다.
「리건」은「포드」가 미국의 방위태세를 약화시켰다고 터무니없는 구실을 들어 비난하고 있다. 「포드」는 그의 정권하의 미국은 세계 제1이며 앞으로도 이 지위는 변함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포드」가「데탕트」라는 말을 안 쓰기로 한 것은 모든 외교논쟁이 건전치 못 하다는 것을 말해주는 한가지 예다.
소련에 대한 기본정책이 냉전상태로 복귀되지 않는 한「데탕트」는 변경의 여지가 전혀 없는 것임에도 용어를 쓰느니 마느니 하는 것은 언어의 유희에 불과하다.
민주당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예비선거단계에서 진보파는 정리되고「카터」로 대표되는 중도파만 남았다.
「카터」의 외교정책은 강력한 방위기구 유지와 세계각국과의 관계개선을 지지하고 모험적인 대외개입에는 반대한다는 지극히 진부한 내용이다.
미국외교정책은 주역들이 바뀌거나 무력해져서 현 정권 내부에서 표명된 적극적인 정책은 아무 것도 없다.
한때 외교 면에서 신성불가침이었던「키신저」국무장관은「데탕트」와「앙골라」「쿠바」문제에서 보수·진보 양파로부터 공격을 받아 지금은 정책결정의 주요원동력에서 탈락, 과거의 인물로 돼버렸다.
해임된「슐레진저」전 국방장관은 솔직성 때문에 존경을 받은 인물이지만 지금은 재야인사에 불과하다.
후임인「럼스펠드」장관은 신중히 침묵을 지키고, 「록펠러」부통령과「리처드슨」상무장관은 외교정책에 관한 구체적인 견해를 갖고 있으면서도 말을 않고 있다.
「부시」중앙정보국장은 대통령의 측근 고문이 될 수 없는 인물이고 백악관의「스코크로프트」안보담당 보좌관은 그다지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지 않다.
국무성은 전반적으로 침체돼 있고 실무 담당관들은 태반이 반「키신저」파다. 「키신저」가 각국 수도를 쏘다닐 때 국무성을 지켜온「잉거솔」차관이나 국무성 제3인자인「시스코」는 사임했다.
게다가「포드」「키신저」정권자체가 곧 퇴진할 것으로 보여 사태는 더욱 심각해졌다.
미국의 국제관계를 전반적으로 혼란시킨 주요 이유는 미국 내부의 취약점이 70년대에 들어와 더욱 확실히 드러난 데 있다.
월남과「워터게이트」의 영향, 「닉슨」과「포드」의 신용 추락, 행정부와 의회간의 대화결렬, 정보기관을 둘러싼「스캔들」등은 모두 최근 3∼4년 안에 일어났다.
이런 단계에서는 인물보다는 시류가 더욱 중시된다.
「데탕트」는 지금 다시 미국외교정책의 초점이 됐다. 「닉슨」의 제1기 정권 때 시작된 이 세계정책의 기조에 대해 미국인들은 점차로 소련에만 유리한 일방통행로라고 믿게됐다.
미국소비자들을 괴롭힌 72년도의 대소 곡물거래와 소련에 의한 SALT위반사건·통상병력 증강·국방예산의 증액·「앙골라」개입 및 소련안 유대인 출국금지조치 등은「데탕트」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졌지만 모두 미국에 불리하게 낙착됐다.
「리건」은 일방 통행식의「데탕트」에 반대를 표명하고 군사적으로 2등국이 되는 것은 최하위가 되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그러나「데탕트」체제가 붕괴된다면 70년대의 미국외교정책은 그 기초를 잃는 것이 된다.
따라서 다음 대통령에겐 무엇으로 현재의「데탕트」를 대체할 것인가가 기본문제로 된다. 즉 새로운 형태의「데탕트」인가, 냉전에의 복귀인가, 또는 그 중간인가를 선택치 않으면 안 된다.
중공은 미국에 대해 대 소「데탕트」의 포기를 강력히 요구, 새로운 관계개선에 암영을 던지고 있다.
중공과 손을 잡는 반소제휴는「워싱턴」의 보수파와 북경당국이 제창하고 있지만 그것은 미국의 이익과는 일치되지 않는다.
대 중공정책에 영향을 주는 것은 대만문제다. 「닉슨」과「키신저」는 적당한 시기에 대만과의 관계를 끊겠다고 시사하여 중공은 그 시기를 기다리고 있는 입장이다. 그러나「포드」정부는 이 최종결단을 내리지 않고 있어 차기 대통령에 자동적으로 인계될 전망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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