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당은 하나로 뭉칠 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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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어제오늘 신민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는 통탄을 금할 수 없다. 파벌간의 사소한 의견 대립 하나 해결하지 못하는가 하면, 집안 싸움에 당 외의 불량배까지 동원된 폭력 사태가 벌어졌으니 말이다.
더구나 지금 같아선 어떤 극적인 기회가 없이는 신민당의 주류·비주류간의 첨예한 감정 대립이 해소될 전망도 서지 않는다.
하루 앞으로 다가온 전당 대회나마 제대로 치러질는지 의문이다.
폭력에 의한 당사 점거란 사태는 힘으로라도 주장하는 바를 관철하겠다는 비주류의 집착을 미리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주류에 의해 강행된 정무·지도위원 합동 회의의 결의를 무효화하기 위해 모든 기획, 모든 대결장에서 투쟁하겠다던 비주류 성명의 의미가 이로써 분명해졌다.
이에 맞서 대회를 강행하려는 주류 측도 힘에는 힘으로 대처한다는 방침으로 준비를 마쳤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칫 신민당 전당 대회는 초반부터 폭력이 난무하여 수라장으로 변할 공산이 적지 않다.
신민당은 지금까지 전당대회 과정의 투쟁과 갖가지 이견을 대회 결과에 대한 승복으로 해소하는 전통을 지녀 왔다. 만일 이번 전당대회가 폭력 사태로 수라장이 되고 만다면 이 같은 자랑스런 전통마저 스스로 짓밟는 것은 물론, 야당을 지지해온 국민의 기대 또한 저버리는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다행히 전당 대회에서 폭력 사태가 벌어지진 않더라도 이번 같이 대회 자체와 참가 대의원 자결의 합법성에 이론이 있게 되면 대회 결과에 대한 승복은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상도를 넘던 집안 싸움이 법통에 대한 이론이란 새 쟁점까지 겹쳐 도저히 수습하기 힘들게 될 위험이 크다.
그러고서야 신민당이란 간판이 남더라도 본래의 신민당은 와해되는 거나 마찬가지가 아니겠는가. 그나마 당의 분열 원인이 당의 진로나 이념을 둘러싼 것이라면 발전을 위한 한때의 아픔이라 할 수도 있으련만, 순전히 당권에만 급급한 지금의 분열은 오직 빈축의 대상이 될 뿐이다.
이 같은 최악의 사태는 신민당 뿐 아니라 국민을 위해서도 기필코 막지 않으면 안되겠다. 이제 방법은 단 한가지, 신민당의 각파가 지금이라도 늦지 않으니 서로 한 발짝씩 물러나 대화를 통해 타협을 이루는 길뿐이다.
그동안 신민당 안에서 논란되던 문제란 대개 당헌 및 당규의 해석과 대의원 배분에 관련되는 것으로 양쪽의 주장이 모두 그 나름의 이유는 있으리라 짐작된다. 또 그 같은 이유가 신민당 인사들에게는 중대한 의미를 지녔을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국민의 눈으로 보면 이러저러한 이유들은 별로 관심거리가 못 된다. 중요한 것은 신민당의 여러 세력이 정치력을 발휘해 대화로 모든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느냐의 여부다. 그렇기 때문에 이유야 어떻든 같은 당의 동지들이 사소한 견해 차이를 대화로 해소하지 못해서야 국민의 책망을 면할 도리가 없는 것이다.
돈도, 힘도 없고 조직도 약한 야당은 국민의 편에 선다는 도덕적 명분과 당의 단결 하나로 살아가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당의 단합은 야당의 경우 그 사활을 가름하는 분기점이라고도 할 수 있다.
지금 신민당은 당의 와해냐, 존속이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 당의 중진과 대의원들에게 최고의 정치적 양식과 호양의 정신이 요청되는 결단의 시점이다. 역사와 국민의 냉엄한 눈초리가 신민당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현명하게 처신해 줄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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