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 공화국수비대 기습적 남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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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전 8일째인 27일 이라크군은 중부지역에서 미군에 반격을 가했고 미군은 북부전선 돌파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이라크군의 기본전략은 주력인 공화국수비대를 바그다드 시내와 외곽에 포진시켜 미.영군과 시가전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 26일 오후 5천명의 공화국수비대가 바그다드 동남쪽 1백㎞ 지점으로 기습적인 이동을 시작한 데 이어 27일에는 1천여대의 무장 차량이 이라크 남부 나자프 전선 등으로 움직여 전략이 바뀌었다는 관측을 낳고 있다.

미군도 긴 보급선이 게릴라 공격에 위협받자 후방을 평정한 뒤 시가전에 나서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꿨다.

◇공화국수비대 전진배치=이라크군은 모래폭풍으로 제공권이 크게 약화된 미.영군이 공격속도를 늦춘 틈을 타 허를 찌르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27일 "T-72 탱크 등 중무장 차량 1천여대가 바그다드 남쪽 1백60㎞ 지점인 나자프 전선과 미 1해병원정군이 북진하고 있는 쿠트 인근 지역(바그다드 동남쪽 1백㎞)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군사전문가들은 모래폭풍이 부는 시기를 이용해 병력을 전진배치해 중부지역에서 미군의 공세를 미리 차단하겠다는 전략으로 분석한다.

◇연합군, 전략 수정=대규모 공습에 이은 지상군 투입으로 조기에 전쟁을 끝내려던 미.영측의 전략이 모래폭풍과 게릴라 공격 등 뜻하지 않은 복병을 만나 수정된 것으로 관측된다.

리처드 마이어스 미 합참의장은 이미 25일 "바그다드 공습만으로 후세인 체제를 전복하긴 힘들다"며 "내가 지휘했다면 남부 공략에 집중했을 것"이라고 전략 수정을 시사했다.

외신들은 이날 "미 4보병사단 1만2천명을 비롯, 3기갑연대 등이 추가 파병 준비에 들어갔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증파된 지상군 전력으로 남부에서 안정적인 거점을 확보하겠다는 의미다.

또 이라크 북부지역에 1천명 규모의 공수부대를 투입, 이곳에 새로운 전선을 만들기 위한 진지 구축에 들어갔다. 한정된 공화국수비대 전력을 남.북 양쪽으로 갈라놓음으로써 바그다드 시가전에 앞서 이라크군의 전력을 최대한 약화시키겠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정용환.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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