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공 수상 서리에 화국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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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북경 8일 AFP·UPI종합】중공의 신화사 통신은 7일 1개월 전에 사망한 주은래 수상의 후임자로 가장 유력시됐던 당 부주석 겸 제1부수상 등소평을 제쳐놓고 당내 서열 11위이며 12명의 부수상 중 서열 6위인 부수상 겸 공안상 화국봉 (54)을 수상 서리로 임명했다고 발표했다. <관계 기사 3면에>
이로써 주은래 수상의 생존시에 억제 돼 있던 강경파와 온건파간의 권력 투쟁이 그의 사후 l개월 동안 치열하게 벌어져 당 주석 모택동이 직접 개입, 타협적인 중도 인물인 화국봉이 등장하게 됐다는 추측을 자아냈다. 타협의 소산인 화국봉의 수상 서리 임명은 더구나 당 주석 모택동의 사후 최고 권력을 장악하기 위한 문화 혁명파인 강경파와 원로파인 온건파간의 당권 경쟁의 서곡과 같은 성격을 띠고 있어 최근 북경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가지 새로운 변화와 더불어 극히 주목되고 있다.
중공 관영 신화사 통신이 7일 처음으로 화국봉 수상 서리가 「카레로」「베네쉘라」 주 중공 초대 대사를 접견했다고 발표한 뒤를 이어 중공 외교 부대변인이 화국봉의 수상 서리 임명을 확인했으며 이튿날인 8일 당 기관지 인민일보를 비롯한 공식 보도 기관들이 그의 수상 서리 임명을 1면에 크게 보도함으로써 세상에 알려졌다.
이 같은 간접적 방식에 의한 발표로 미루어 보아 화국봉 수상의 서리 임명이 ①작년 1월에 공포된 신 헌법 하에 당 중앙위의 건의에 따라 수상 임명을 하게 되어 있는 전국 인민대표 대회 (국회)의 절차를 밟지 않았으며 ②당 주석 모택동이 중도적 인물을 직접 임명할 만큼 당 부주석 겸 제1부수상 등소평의 수상 임명에 반대하는 강경파 (문혁파)의 저항이 거세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북경 발 보도들은 앞서 중공당 고위 관리들이 요즘 주요 외국인 방문객들과 회담하지 않고 공석에 나타나지 않으며 우방 사절단의 중공 방문 계획을 연장토록 요청하는 한편 북경의 인민대회당 앞에는 연일 밤마다 고관용 고급 승용차 「홍기」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는 이유를 들어 주 후계자 결정과 금년부터 시작될 중공의 신 5개년 계획 채택을 위한 당 제10기 중앙위원회 제3회 전체 회의 (삼중전회)가 이미 열리고 있는 듯한 징조가 보인다고 말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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