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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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밝은 사회풍토를 위한 송년「대화」>
대학가의 대마초, 남녀고교생의 「고고·파티」, 10대의 혼숙등 청소년탈선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같이 탈선행위도 규모가 커지는 외에 조직적인 양상을 보여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이와 발을 맞추려는듯 가정 주부들의 대규모 도박, 기성 세대의 성문란등이 연일 사회문제로 등장하고있다.
이같은 「가정부재」 현상에 대해 기세훈 변호사(62·초대가정법원장)와 최신덕 YWCA이사(63)는 서로 사랑하고 양보하는 미덕을 살리는 가정의 따사로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10대 남녀가 혼숙을 하거나 대마초를 피운다는것은 이들의 탈선이 심각한 경지에 이르렀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지요.
▲최=종래의 10대 탈선은 순간적이고 우발적이었으나 요즈음은 규모가 커졌고 조직적입니다.
▲기=이밖에 지금까지는 부모들에게 용돈을 타내서 탈선행위를 해온데 비해 길가는 행인을 털어 자금을 마련하거나 대담하게 대낮 강도를 하는등 우선 놀라움을 금할수 없어요.
▲최=10대가 가발을 뒤집어쓰고 통금이 가깝도록 술집을 배회하며 추태를 벌이고 단속경찰에게 『내돈주고 술마시는데 웬말이냐』고 대든다는 것을 보고 더욱 놀랐읍니다.
▲기=청소년들뿐이 아니지요. 어른들도 마찬가지예요. 경제적으로 아쉬울게 조금도 없는 가정주부들이 떼를 지어 몰려 다니며 만든 20∼30만원짜리 「도리짓고땡이」 도박판을 벌이고 있읍니다.
▲최=남자들의 경우는 더하는것 같습니다. 『남자이니까 괜찮다』는 빗나간 사고 방식이 작용하는것 같아요. 모처럼 휴일이면 가족들을 집에 두고 남편 혼자서 외출, 친구들과 술을 마시는등 탈선행각을 예사롭게 저지르고 있어요.
▲기=가족이 모두 혈연공동체의식이 없이 제각기 떨어져 있는 것입니다. 남편은 남편대로, 주부는 주부대로. 자식은 자식대로 피차 숨기는것이 많아요.
▲최=모두 책임감과의 무감이 결여된 것이지요, 무엇인지를 똑바로 알고 있지 않는 것이 아닐까요.
▲기=흔히 볼수 있듯이 어린아이가 집에 친구를 데려오면 대부분의 부모들은 따뜻하게 맞아주는 경우보다는 『시끄럽다』『나가 놀아라』하고 집밖으로 내쫓고 있습니다. 어린이들의 놀이장소를 가정밖으로 제한하고 있지요. 비록 가옥구조가 비좁다하더라도 이같이 내쫓기만하면 결국 가정을 생활터전으로 여기지 않게됩니다.
▲최=부모들끼리 가정일을 의논할 때 어린아이가 말참견이라도 하면 대부분의 경우 『너는 알것 없다. 가서 공부나 하라』고 면박을 당하게 됩니다. 이는 어릴때부터 소외감을 심어주고 가정의 따뜻함을 잊어버리게 할 우려가 있는 일입니다.
▲기=어른들은 아이들에게 『공부·잘해라』『일류학교에 들어가라』고 경쟁의식만 불어넣고 있어요.
▲최=금전만능·권세만능등 출세욕을 강요합니다. 이런 가정환경 속에서 자란 청소년들이 뚜렷한 가족관·사회관을 갖는다는 것을 기대하기가 어렵지요.
▲기=특히 요즘 핵가족이라는 것이 노인경시사상과 같은뜻으로 오해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지요. 본래 핵가족이란 효라는 윤리관이 전제가 되는데….
▲최=사회가 근대화하는 과정에서 정신적인 면보다 물질적인 면이 너무 강조됐어요. 서로 사랑하고 양보하고 이끌어주는 가정이 밝은 사회를 만드는 기초라는 것을 모르는 것 같읍니다.
가족이 함께 즐기고 어려울때 힘을 모으는 생활습관을 만들어야 합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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