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연료, 금세기 말엔 고갈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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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우리나라에도 곧 고리원자력발전소가 가동된다. 석유파동후 원자력 발전소가 큰 기대를 받고, 또 각국이 다투어 짓고 있다. 그러면 원자력 발전소엔 문제가 하나도 없는 것일까? 공교롭게도 얼마 전 외신에 미 「웨스팅·하우스」사에서 고리 원자력 발전소에「우라늄」공급을 중단한다는 기사가 나와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다. 이와 관련하여 미 원자물리학자 「랠프·E·랩」박사의 원자력 발전소와 연료 문제에 대한 논문을 옮긴다. <경제부>
석유파동후 원자력발전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은 현재 전력의 9%를 원자력에 의존하고 있는데 2천년 대엔 50%로 높일 계획이다. 현재 가동 중인 원자력발전소가 54개소, 건설 중인 것이 62개소, 계약이 끝난 것이 1백여개소다.
그러나 이러한 원자력 발전소의 증설에도 심각한 문제가 나오고 있다. 우선 무엇보다도 원자력발전의 원료가 되는 「우라늄」의 부족이 예상되는 데다가 건설비가 생각보다 비싸고 또 성능이 그렇게 좋지 않기 때문이다.
또 환경 오염 문제 등이 겹쳐 한때 「붐」을 이루었던 원자력발전소 건설이 다소 주춤해지는 기미까지 보이고 있다.
핵 이용 반대의 「캠페인」 때문에 「우라늄」을 뽑아 내는 증식로의 개발이 계속 늦어지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25년 안에 핵연료의 부족이 불가피 하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사실 핵연료의 최대 공급선인 「웨스팅·하우스」에서도 앞으로는 실수요자에의 인도를 제한하게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계약 조항을 파기할 각오까지 굳히고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25년간 미국의 「우라늄」 수요를 충족시키려면 이미 확인된 「우라늄」광 매장량의 4∼8배가 더 발견돼야 하는데 지난 17년간 유망한 「우라늄」광이 하나도 발견되지 않고 있다.
1백㎾ 규모의 원자력 발전소의 경우 처음에 1백t의 농축 핵원료를 장전하고 그후 매년25∼30%의 새연료를 갈아넣어야 한다. 발전소의 수명이 40년이라 할 때 약 4천5백t의 산화「우라늄」이 필요한 것이다.
미국은 2천년대까지 모두 8백기의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할 계획이다.
그 동안 필요한 산화「우라늄」은 약 1백50만t.
2천년 이후는 증설하지 않는다 해도 원자력 발전소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의 원료 소요량은 약 3백50만t이 된다. 핵연료를 확보하지 못하면 원자력 발전소를 아무리 지어도 소용이 없다.
이제까지 「우라늄」의 최대 수출국이었던 「캐나다」도 최근 들어선 수출보다 자국용의 공급 확보에 더 주력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은 필요한 원료를 자체 생산하지 않으면 안 된다. 50년대 말만해도 미국에선 지하 1백60「피트」 정도에서 「우라늄」광을 캤으나 60년대엔 4백「피트」로 깊어 졌고 앞으로는 1천「피트」가 넘을 전망이다.
심부 채굴을 할수록 「코스트」는 높아진다. 「우라늄」광석 1t에서 얻는 「우라늄」은 약3.5「파운드」로서 채굴량의 0.2%도 안 된다. 「우라늄」 1「파운드」에서 나오는 「에너지」는 석탄 1천2백t에 상당한다. 그러나 이것은 「우라늄」의 원자가 전부 분열하는 경우이고 현재의 기술로선 「우라늄」이 갖고 있는 「에너지」의 1% 밖에 빼내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우라늄」 1「파운든」의 「에너지」는 석탄 12t 정도다. 산화 「우라늄」 1「파운드」의 가격은 50년대만 해도 6「달러」였던 것이 현재는 30「달러」에 이르고 있다.
「우라늄」값은 앞으로 계속 오를 전망이다.
이를 타개하려면 핵연료를 발생시키는 새로운 증식로의 개발이 필요하다. 이 증식로가 개발되면 무진장한 핵연료를 얻을 수 있으나 이의 개발엔 약1백억「달러」의 돈이 필요하다. 또 환경론자와 핵반대론자의 방해도 제거해야 한다.
새로운 증식로가 개발되면 연료 문제는 해결되지만 그것은 아직 요원한 단계다. 그전까진 비싸고 또 구하기 어려운 「우라늄」을 써야 한다. 석유파동 때문에 원자력발전소가 갑자기 각광과 기대를 받고 있지만 그것에도 역시 문제점은 많은 것이다. <「포춘」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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