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임대소득 과세, 세입자 부담 키우고 부동산시장 악영향 줄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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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전세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를 확대하기로 했다. 기존의 3주택 이상 보유자뿐 아니라 2주택 보유자에 대해서도 과세를 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과세 원칙에 맞고 월세와의 형평성도 기할 수 있다”는 시각과 “세입자 부담을 늘리고 임대차 시장 안정화라는 목적에도 맞지 않다”는 반론이 맞서고 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

정부는 지금까지 과세하지 않았던 2주택 보유자의 전세 임대소득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나섰다. 세입자에게도 간소한 절차로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소득이 있으면 세금이 있다”는 원칙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주택 관련 세금에 손을 댈 때에는 세입자와 소유자는 물론 부동산 시장 등 국가경제의 환경도 좀 더 면밀히 살펴야 한다. 이번 정부 조치의 가장 큰 문제점은 당초의 임대차 시장 선진화 정책이 부동산 시장을 경색시킬 수 있는 조세정책과 맞물림으로써 서로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부동산 정책으로서의 실효성도 의심스럽다.

 우리나라의 다주택 보유자는 약 136만 가구로 이 중 85%를 차지하는 115만 가구가 2주택자 보유자다. 이들이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주목해야 한다. 이들은 추가적으로 부담하는 세금을 향후 세입자에게 전가시키거나 월세액이나 전세보증금을 올리려고 할 수 있다. 이것이 여의치 않으면 보유한 주택을 매물로 내놓으려 할 것이다. 임대소득자였던 은퇴자 등은 자녀의 부양가족에서 제외돼 인적공제 등 세금 혜택이 줄어들게 되고 건강보험료 등도 올라갈 수 있다.

일러스트=박용석 기자

 아울러 세입자 부담은 오히려 종전보다 커질 수 있고, 부동산 시장 회복도 더디게 될 수 있다. 세입자의 경우 이번 조치로 세금 혜택을 많이 받을 것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본다. 정부에서는 세입자의 월세액에 대해 세금 혜택을 늘렸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세입자에게 실질적인 세금 혜택을 주는 것보다는 임대인에 대한 과세 자료를 확보할 수 있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근로소득자가 2012년에 총 1576만 명인데, 이 중 515만 명은 과세 미달자이고 505만 명은 총급여가 3000만원 이하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근로자들은 월세 세액공제가 확대되더라도 사실상 세금 혜택을 거의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는 주택 수에 따라 다르고, 상호 간 균형이 서로 맞지 않는다. 1주택자(기준 시가 9억원이 넘은 경우)와 3주택자는 임대소득의 크기에 관계없이 종합과세를 하도록 하고 있으나, 2주택자는 임대소득 2000만원을 기준으로 분리과세 혹은 종합과세를 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과세체계는 불합리한 면이 있으므로 주택 수의 구분 없이 임대소득의 크기에 따라 과세를 하는 것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또한 현재의 부동산 시장 등의 상황을 고려해볼 때 2주택자에 대한 과세도 너무 서둘러 시행하기보다는 경기회복 때까지 연기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이번 임대차 시장 선진화 방안은 전세와 월세의 불균형을 바로잡고 서민·중산층의 주거를 안정시키자는 데 그 목적이 있지만 사실상 세제 개편이 부각된 면이 크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당위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부동산 정책과 조세 정책을 펼 때는 세입자와 소유자의 사정을 면밀히 살펴서 이들이 국가 정책에 협력할 수 있도록 더 많은 배려가 필요하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
일러스트=박용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