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 치유해 주세요" 예술인 부른 119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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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10시30분 울산시 남구 삼산동 남부소방서 강당. 영화 타이타닉의 배경음악인 ‘My heart will go on’이 잔잔히 울려 퍼졌다.

클래식과 아리랑 등 다양한 음악과 무용단의 춤사위가 1시간30분 동안 이어졌다. 음악과 춤이 끝날 때마다 앙코르가 쏟아졌다. 119 소방대원 150여 명이 열렬히 환호한 것이다.

 울산소방본부가 소방대원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PTSD) 치유를 위해 연 음악회다. PTSD란 신체적인 손상과 생명의 위협을 받는 사고, 충격적인 장면을 본 후 나타나는 공포와 불안, 긴장감 등 심리·정신적 불안장애를 말한다. ‘트라우마’라고도 한다. 소방대원들이 여기에 많이 노출된다.

 소방본부는 지난해 처음으로 소방대원의 PTSD 치유를 위한 음악회를 연 결과 호응이 좋아 올해도 열고 있다. 울산문화예술회관과 협약해 4개 소방서를 차례로 찾는 음악회다. 김영환(30·울산남부구조대) 소방사는 “업무상 늘 긴장할 수밖에 없지만 평화로운 음악으로 마음이 한결 편해지고 스트레스가 날아간다”고 말했다.

 소방방재청 등에 따르면 2008~ 2012년 5년간 PTSD를 겪은 소방공무원은 8126명에 이른다. 자살한 소방공무원 수도 같은 기간 34명으로 조사됐다. 동료의 순직은 PTSD를 일으키는 주된 이유의 하나로 분석됐다. 울산대 안준호(51·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본인이 즐기고자 하는 마음만 있으면 음악회는 PTSD를 완화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차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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