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회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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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미국은 기어이「사이공」에 공중회랑을 뚫을 모양이다. 이것은 한마디로 지상의 모든 통로가 막혔을 때 공중에 길을 터놓는 장치이다. 이미「베를린」봉쇄 때 연합국은 공로를 통해 「베를린」시민에게 식량과 약품을 공급한 일이 있었다. 공중회랑(air-corridor)이라는 말은 이때 처음 쓰여졌다.
「사이공」의 공중회랑은 우선「사이공」시중에 있는 미국대사관과 시 변두리의「탄손누트」공항과 연결되어 있다. 지난주부터 미국대사관의 정원엔 이 작전을 지휘하는 야영지휘소가 설치되어 있다.
그러나 피난민들이 일시에 한자리에 모일 수는 없다고 따라서「사이공」시내에는 13개소의 집결 소가 있다. 여기에 수시로「헬리콥터」가 날아온다. 보통 10여명이「헬리콥터」에 탈 수 있다. 이들은「헬리콥터」편으로「탄손누트」공항에 옮겨진다. 그 동안「헬리콥터」 는 공중에 24시간 떠 있는 미 공군전투기의 호위를 받는다.「탄손누트」에 내린 피난민들은 수송기에 옮겨 타고「클라크」공군기지로 간다. 여기는「필리핀」이다. 그들은 성분에 따라 분류되어 정착지로 서서히 빠져나간다. 정작 이 공중회랑을 통해「사이공」을 벗어나 올 미국시민은 1천5백 내지 2천명에 지나지 않는다. 이들은 탈출이 불가피한「요원」들이다.
미국은「포드」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5천명이 3, 4일 견딜 수 있는 비상식량과 함께 미국요원들의 철수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월남인이다. 미군당국은 미국의 작전에 가담하거나 협력한 월남인들을 비롯해 공산군에 의해 처형을 받을 만한 월남인들을 모두 20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이들의 피난은 공중회랑만으로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들이다.
한 전략가는 그들을 탈출시키기 위해서는 적어도 20만 명의 미군병력이 필요하다고도 말한다. 그것은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갖고 있다.
그러나 미군지휘관들은 이들을 공중회랑을 통해 해상으로 피신시키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그것은「탄손누트」공항에서「붕타우」항으로 연결하는 회랑을 통해 해상로로 탈출하는 길이다.
물론 그 많은 인구를 순식간에 이동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다. 미국은 다만 전투를 제외한 모든 방법으로 최선을 다하려는 것뿐이다. 만일 이 공중회랑마저 막힌다면 월남의 상황은 정말 어떤 것일지, 상상만 해도 몸서리가 쳐진다.
현대문명이 도무지 무력해 보이기만 하는 월남전쟁. 문명의 한계를 보며 새삼 인류는 어떻게 하다가 이런 비극에 직면하게 되었는지 깊은 회의에 빠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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