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런의 국제무대 데뷔 … '선물' 은 없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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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중앙은행 총재와 재무장관 회의가 23일 막을 내렸다. 재닛 옐런(왼쪽)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자격으로 처음 참가한 이 회의에서 양적완화(QE) 축소에 대한 신흥국들의 반발이 거셌다. [시드니 AP= 뉴시스]

주요 20개국(G20)이 미국의 양적완화(QE) 축소를 늦추지는 못했다.

 G20 중앙은행 총재와 재무장관들은 이틀에 걸친 호주 시드니 회의를 마치며 23일 내놓은 공동 선언문에서 “(미국 등) 선진국 통화정책이 경기 회복에 도움을 주는 방향이어야 한다”며 “선진국 통화정책 정상화는 ‘적절한 시기(in due course)’에 해야한다”고 발표했다. 또 “선진국들의 통화정책이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실시돼야 한다”는 데도 뜻을 같이했다. 그러나 중앙은행 총재 등은 미 QE 축소를 중단시키거나 연기하도록 하지는 못했다. 대신 그들은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QE 축소에 따른 파장을 분석해 올 4월 미 워싱턴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회의에 보고하도록 했다. 중앙은행 총재 등은 “보고서를 바탕으로 회원국 간 통화정책공조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시드니 회의는 재닛 옐런이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자격으로 처음 참가한 국제무대였다. 그는 이달 1일 Fed 의장에 취임했다. 인도·브라질 등 신흥국들은 잔뜩 별렀다. 그들은 옐런 면전에서 “미국의 자국 위주 통화정책이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며 “미국이 일방적으로 QE를 축소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QE 축소가 (통화정책의) 정상화 과정이기는 하지만 그 바람에 세계 경제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신흥국 경제가 불안해지면 미국의 경제회복이 저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로이터통신 등은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옐런이 신흥국들의 고통을 이해한다는 시그널을 줬다”며 “하지만 그가 앞으로 신흥국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QE 축소 속도를 늦출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고 내다봤다. 다만 “신흥국들이 이번 회의에서 선진국들에 통화정책 공조를 요구할 근거는 일단 마련한 셈”이라고 했다.

 이날 공동 선언문엔 신흥국의 또 다른 불만도 반영됐다. 바로 IMF 지분(쿼터) 조정 문제다. 대표들은 “선진국 쿼터를 신흥국으로 6%포인트 이전한다는 내용의 IMF 개혁이 지연되는 데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고 했다. IMF 개혁은 미국 등 몇몇 선진국 의회가 2010년 G20 회의에서 합의된 개혁의 비준을 미루고 있는 바람에 지연되고 있다.

 중앙은행 총재 등은 “G20 회원국들의 국내총생산(GDP)을 2018년까지 5년 동안 2% 정도 더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들은 “투자를 늘리고 노동시장 참여율을 높이며 회원국 간 교역을 촉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경쟁을 자극하는 등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구조개혁을 함께 벌여나가기로 했다”고도 했다. 이날 합의대로 되면 G20 전체 GDP는 2018년까지 2조 달러(약 2140조원) 정도 더 늘어날 수 있다. 그만큼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얘기다. 미국 경제전문 CNBC는 “세계 경제의 90%를 차지하는 G20 회원국들이 성장 로드맵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G20 회원국들은 탈세 정보를 자동적으로 교환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조세정보를 자동 교환하는 데 필수적인 글로벌 기준을 승인한 것이다. 올 9월 안에 구체적인 이행 계획을 마련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탈세 등 조세정보 교환은 두 나라 사이 합의에 따라 간헐적으로 이뤄졌다. 이날 합의대로 시스템이 마련되면 탈세 감시망이 더욱 조밀해질 수밖에 없다.

강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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