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자립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토정비결이 우리나라에서 「베스트셀러」중 하나라고 한다.
으례 정초엔 토정비결을 한번씩 보는 습성이 있다.
또 흔히『팔자 소관이다』『잘되면 조상탓…』이라는 타력 주의적 생각이 팽배해있다.
조상의 묘를 잘 써야된다고 생각한 나머지 유택을 호사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해방 후 숱하게 자주와 자립이란 단어를 부르짖어왔으나 아직도 자립경제 와 「자주국방」 은우리들에게는성서보다중요한것으로되어있다.자주독립을 한 민족에게 한때굴욕외교라는 문제가 생겨 소란을 피운 적도 있었고 최근엔 문화적 식민지화를 우려한 경고도 많았다.
언제부터인지 외제가 최고라는 생각이 생활주변을 지배해왔다. 양담배를 피우고 양주를 마시는 것은 보통사람이 아닌「특권의식」을 나타냈고 휴지도 외국제를 써야 부유한 생활로 여기는 일이 많다면 경계해야할 일.
권력의 주변에서 붙어사는 인간들이 거드름을 피우는 예는 무수히 볼 수 있다. 『○○기관에 있다』면 꺼벅 죽는 세태. 자유당 때 유명한「가짜 이광수 사건도 잊을 수 없는 교훈이다.
한때「빽」이라는 것이 유행. 어디서나 「빽」이 활개를 쳐『죽어도 빽하고 죽는다』 는 한국적 비극을 많이 봐왔지만 「성년사회」를 이루고있는 이젠 남의 힘으로, 그 힘에 기대어 살려는 생각은 마땅히 버려야할 자세이다.
회사원 S씨(37)는 한 달이면 2∼3차례 찾아오는 불우한 동창 때문에 신경질이 난다고 했다.
S씨의 멀쩡한 동창생은 매번 『고향에 내려간다』면서 차비 보조를 청한다는 것. 그것도 많은 돈도 아닌 한차례5백원정도, 7백원정도 내보이면서 5백원만 보태달라고 울상을 짓는데는 손을 들수 밖에 없다고 했다.
친구를 돕는 진정한 마음에서『정신차려라』고 쏘아주고 싶지만 참고 만다는 것.
28세의 노총각이 중학졸업장을 받고 너무 기뻐 울었다. 초등학교만 나온 뒤 28세에 만학으로 광주 숙문중학을 졸업한 정지숙씨(28·전남 담암군 미암면 신학리)는 자신의 만학에 대해 『나의 삶을 내가 개척해야겠다는 집념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정씨는 제대하면서 무슨 짓을 해서라도 중학에 진학하기로 결심, 광주에 와서 닥치는 대로 품팔이 노동 끝에 약간의 돈이 모이자 25세때 숙문중 야간부에 입학, 화장품 행장으로 고학하면서 3년동안 지각·결석 한번 없이 졸업장을 얻게 했다. 학교성적은, 전체3위.
정씨는 소원대로 고교와 대학을 마치면 불우한 처지의 학생들을 위한 공민학교를 세워, 이들에게「개척정신」을 심어주겠다고 했다.
C무역회사 사원 유모군(17)은 월1만3천5백원을 받아 가계를 혼자 꾸려나가고 있다.
삭월세방값 7천원을 물고 남는 돈을 쪼개고 또 쪼개어 매월2천3백60원의 적금을 붓고 있다. 매월 받는 숙직 특근비 2천원도 고스란히 저축을 했다. 직장생활 3년 동안에13만원이 든 저금통장을 갖고있다.
유군은 군대에 가기 전까지 홀어머니께 전세방을 얻어 드리는게 우선 목표라고 했다.
숭전대 안병욱 교수는 의타심이 지나치면「거지근성」으로 까지 번진다고 했다. 안 교수는 항상 자기 운명은 자신이 개척한다는 신념은 가정생활에서부터 심어져야 한다고 했다.
안교수는 또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의식은「주인의식」이라고 했다. <김재봉 기자><끝>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