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치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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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연말을 맞아 전국적으로 「이웃돕기」 운동이 펼쳐지고 있는 한편에서 강도 사건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 어수선한 느낌을 금할 수 없다. 23일 밤만 하더라도 서울에서만 택시 강도·주택 침입 강도 등 강도 사건이 5건이나 발생하여 시민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목격자들의 말에 의하면 범인은 대부분 20대 청소년들인 듯한데, 필경 연말연시의 유흥비를 조달하기 위한 범행이 아닌가 추측된다.
20대 강도들이 날 뛰는 중요한 원인이 유흥비 마련에 있으며, 이러한 욕망을 촉발하는 것이 향락으로 흐르고 있는 사회 풍조이기 때문에 이들의 범의를 유발하지 않기 위하여서도 조용한 연말연시 보내기 운동 등 사회 정화를 위한 노력이 절실한 것이다. 각종 여성 단체와 청소년 선도 협의회 등이 경찰과 합동으로 청소년을 대상으로 연말연시 풍기 순화를 위한 계몽에 나서고 있는데 대해 전폭적인 지원을 보내는 소이다.
그러나 이러한 가두 선도에 의해 택시 강도 등을 근절하기는 힘들다. 청소년 범죄를 근절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반드시 범인을 체포함으로써 그들 사이에서 그 같은 범의의 발생을 막도록 하는 것이다. 과거에 총기 강도 등 강력 사건의 범인을 거의 잡지 못하였기 때문에 수많은 재범을 유발케 했던 것이다. 그 단적인 실례가 문도석 일당의 사건인데, 그들의 체포로써 그 뒤의 총기 난동 사건이 거의 자취를 감추었던 사실을 상기하면 될 것이다.
8·15 사건 이후 경찰관에 대한 봉급도 상당히 개선되어 사기도 많이 앙양되었겠는데 그 결과로 범죄율이 얼마만큼이나 저하되었는가. 경찰이 그 동안 경비 업무에만 주력했기 때문에 방범 능력과 수사 능력을 크게 향상시키지 못한 것이 아닌가.
경찰 본연의 직무가 방범·범죄 수사·범인 체포에 있을진댄 경찰은 사회 불안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는 폭력범·강력 범죄자를 체포하는 것을 제일 업무로 삼아야 할 것이 아닌가.
비상경계령이 펴지고 있는 수도 서울에서 하룻밤 사이에 5건의 강도 사건이 일어났는데도 아직 한 건도 해결되지 못하였다는 것은 중대한 문제다. 경찰이 방범 「퍼트롤」만 철저히 했던들, 또 순찰대의 순찰이 잘만 행해졌더라도 비상경계하의 서울 시내에서 어찌 강도들이 마음놓고 활보 할 수 있었겠는가.
특히 「택시」 강도가 자주 출몰하는 지역이나 월담 강도들이 횡행하는 지역이 대부분 변두리 지역임을 상기한다면 경찰은 이들 변두리 지역의 방범 활동을 보다 강화해야만할 것이다.
작금의 서울의 변두리 지대는 마치 범죄의 사각지대처럼 돼 가고 있다. 안양천변의 잇단 강간 살인 사건이라든지, 화곡동 등 신흥 주택가의 강도 살인 사건의 접종은 이들 지역이 경찰서 관할의 경계선에 있거나 지서나 파출소 등이 멀기 때문이다. 경찰은 이들 우범 지역엔 임시라도 방범대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경찰관에 대한 처우가 아직도 완전하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정부 공식 발표로도 60%에 가까운 「인플레」 물가가 진행되고 있는데 경찰관들에 대한 얼마간의 봉급 인상이 별 도움을 주지 못했을 것은 뻔하다. 생활고를 비관하던 끝에 자살하는 경찰관까지 생겼다는 보도는 가슴 아픈 일이다. 그러나 다수의 봉급 생활자는 불황 때문에 그 나마의 혜택마저 입지 못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분발이 없을 수 없지 않겠는가.
경찰은 연말연시 시민들이 집을 비우기 쉬운 때 특히 치안 확보에 힘써 주어야할 것이다. 정부에 대한 신뢰도는 경찰의 수사 능력에 비례한다는 점을 한시라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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