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나까 2년4개월만의 도중하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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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동경=박동순 특파원】권력자 퇴진의 그늘에는 아름다운 딸의 눈물 젖은 얼굴이 「오버랩」되기 마련인가.
「닉슨」퇴진 때는 딸 「트리셔」는 울면서 말렸으나 전중 수상의 퇴진을 결단 한데는 딸 「마끼꼬」가 눈물로 그만 둘 것을 호소한 것이 크게 작용했다고 전해졌다.
내정 실패와 신변의 금맥 「스캔들」로 사면초가에 빠진 전중 수상은 비교적 화려했던 외유행각에서 「호스티스」역을 맡아 온 외딸의 읍소에 권력에의 마지막 집착을 끊을 수 있었던 것이다. 집권 불과 2년4개월에 서민 재상으로 풍운을 탄 전중 수장이 금권정치에 대한 비판에 쓰러진 것은 「아이러닉」하다.
그러나 일본열도 개조론을 업고 지속적 고도성장의 기치를 내걸어 갈채를 받으며 등장했던 전중 수상의 좌절은 「오일·쇼크」를 전기로 한 시대의 불가피한 흐름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렇듯 진통하는 세계에서 한 나라의 지도자가 지녀야 할 철학의 빈곤이 국민의 신망을 지지율 겨우 10% 남짓까지 떨어뜨렸던 것이다.
전중 수상은 의원직도 그만 두느냐는 질문에 『농담 말라』면서 『앞으로도 여러분과 힘을 모아 일하겠다』고 전중파 의원들에게 강조했다는 소식.
그러나 야당은 퇴진 후에도 금맥문제를 계속 추궁할 태세다.
『죽은자에게는 매질을 않는다』는 일본의 정신풍토로 봐서 그 추궁도가 어느 정도까지 갈 것인지는 예측키 어려우나 퇴진만으로 금맥문제가 일단락 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점에 전중 수상의 고민이 있다.
때문에 전중 수상은 후계자 선정에서 명확한 의사표시를 하기 어려운 입장에 있으며 이것이 당내에 심한 혼란을 가져오고 있다.
후계 총재(수상) 선출에 대한 당내의 의견은 크게 나누어 공선과 협의지명의 두 가지. 대평·전중 등 주류파가 공선, 삼목·복전 반주류 및 중간파는 협의지명, 주류파 가운데 「나까소네」파는 관망 자세이다.
그러나 추명 부총재가 조정역을 맡고 나서면서 일단은 각파가 조정추이를 기다려 보자는 태도다.
총재 후보 신고가 선거 10일전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당규에서 역산해 보면 일단은 월말이 조정의 시한. 다만 입후보 신고가 끝난 후에도 다수파 공작과 병행해서 조정작업이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면 각파의 「보스」들은 뭣을 생각하고 있는 것인가?
상식적으로는 공선이면 「대평수상」, 협의지명이면 「복전수상」의 실현 가능성이 널리 예상되고 있다. 동시에 추명 잠정정권, 경우에 따라서는 「호리」잠정정권설 까지도 나돌고 있다.
그러나 대평파가 수의 대결에 자신을 갖고 있는 것과는 달리 전중파의 일각에서는 전중·대평 전선 이탈론이 대두하고 있으며 복전파는 전중 아류정권 배격, 앞서의 총재선거 2위 득표자가 후계 수상으로 지명됐던 좌등 정권 탄생시의 전례를 업고 협의지명을 고집하고 있으나 「군계일학」이 없는 상황에서 한 사람을 지명하기가 극히 어렵다는 문젯점도 있다.
때문에 결국은 후보자의 수를 협의를 통해 압축한 다음 신사적 경쟁을 한다는 약속 밑에 공선경쟁으로 옮겨갈 공산도 짙다.
「나까소네」파는 이번에도 다시 「캐스팅·보트」를 쥐었으나 『추명·보리라면 몰라도 「오오히라」라면 밀 수 없다』고 밝히고 있어 간사장 「포스트」를 약속 받고 복전파와 제휴할 가능성, 또한 「복전일기·대평일기」라는 협정 밑에 복전·대평파가 극적으로 타협하게 되리라는 풍문까지 나도는 등 전중 수상이 퇴진 의사를 공식으로 표명한 이날 현재의 정국 전망은 여전히 짙은 안개에 가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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