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 참전" 이라크戰 "파병 철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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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미국의 대(對) 이라크 공습이 시작된 20일 국내 보수.진보 진영은 각각 모임을 열고 찬반 의견을 내는 등 이념 갈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진보세력은 파병 등 미국 지원을 선언한 우리 정부의 결정을 강하게 비난하고 나서 파장이 예상된다.

대부분의 일반 시민은 일단 전쟁이 시작된 만큼 단시간 내에 끝나 경제에 큰 후유증이 생기지 않기를 희망했다.

시민들은 오전부터 집과 직장 등에서 TV를 시청하며 전쟁 상황에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미국의 공격이 사전 예고된 탓인지 "올 것이 왔다"면서 평소와 다름없이 담담한 모습이었다.

서울시내 주유소와 할인매장 등 상가도 평소와 비슷한 수준의 손님이 찾았고, 전쟁으로 인한 사재기 현상 등은 눈에 띄지 않았다.

◆파병 놓고 대립=봉두완(奉斗玩) 천주교한민족돕기회장과 김상철(金尙哲) 전 서울시장 등 보수 인사들이 참여하는 '자유통일국민대회'는 정부에 대해 전투부대 파병 등을 촉구했다.

이 단체는 지난 1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주한 미군 재배치와 감축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던 '반핵반김(反核反金)자유통일 3.1절 국민대회'가 상설기구화한 조직이다.

자유통일국민대회 대표 20여명은 시국선언문을 통해 "정부가 미국의 대 이라크 전쟁을 지지한 것을 일단 환영한다"며 "한.미 군사동맹의 정신에 입각해 세계평화와 안전을 위해 동맹국 미국이 벌이는 전쟁이니만큼 전투부대를 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전쟁반대 평화실현 공동실천.전국민중연대 등 진보세력은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파병 결정을 철회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성명을 내고 "정부의 이라크전 파병 방침은 침략적 전쟁을 부인할 의무를 지우고 있는 헌법 제5조 제1항에 명백히 위반되는 반헌법적 행위"라고 지적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등 30여개 기독교단체가 참가하는 '반전평화 기독연대'도 서울 중구 정동 성공회대성당 앞에서 기도회를 열고 "추악한 범죄에 병력을 파병하는 것은 씻을 수 없는 죄악"이라고 주장했다.

◆네티즌 논쟁 치열=인터넷에선 전쟁에 반대하는 의견이 압도적인 가운데 일부 게시판에선 전쟁과 파병을 놓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한 네티즌(ID 정용욱)이 "테러지원.인권탄압.독재 같은 악에는 단호하게 맞서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자 다른 네티즌(ID 이성종)은 "악을 무찌른다고 모두 선은 아니다. 반전운동은 후세인을 지지하는 게 아니라 독선과 오만에 대한 반대"라고 반박했다.

정부의 전쟁 지원 결정에 대해서는 "유엔의 의사를 무시한 미국의 폭거에 동조한 것으로,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은 크게 추락할 것"(ID 최덕효)이라는 의견과 "공병 파견은 파괴될 이라크 복구에 우리 건설 자본이 선점할 기회가 될 것"(ID 파병찬성)이라는 의견이 맞섰다.

일부 네티즌은 "헌법재판소에 위헌소송을 내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요구 서명 운동을 벌여나가자"고 과격한 주장을 하기도 했다. 한 네티즌(ID 원폭)은 "대통령이란 자리에 누가 앉더라도 그럴 수밖에 없는 일"이라며 "대통령의 문제가 아닌 한국이라는 나라의 아픔으로 이해하자"고 반박했다.

원낙연.민동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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