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통 겪는 「가족법 개정 촉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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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YWCA연합회·가정법률상담소·여성유권자연맹 등 세 단체는 6일 이숙종씨가 회장으로 있는 범여성가족법개정 촉진회로부터의 탈퇴를 선언하고 가족법개정 촉진회가 처음부터 주장해왔던 원안을 따로 추진해 가겠다고 발표했다.
이숙종 회장이 촉진회의 개정안을 마음대로 고쳐서 국회에 제출함으로써 시작된 이 소동은 6일의 수습위원회에서도 원만한 해결을 보지 못하고 그 동안 가족법개정운동에 주동적인 역할을 해왔던 단체들의 탈퇴에 이르게 되었다.
범여성가족법개정 출진회에 가입한 61개 여성단체 중 30개 단체가 대표를 보낸 이날의 수습회의는 먼저 이숙종 회장의 사과를 받은 후 개정안을 고치는 작업을 했던 김주수 교수의 설명을 들었는데 김 교수는 『처음 마련된 10개 수정안 중 5항목을 약간씩 고쳤으며 이중 상속에 관한 부분은 나 자신도 마음에 걸린다』고 말했다. 애초에 촉진회가 발표했던 개정안은 아들·딸·배우자의 상속분을 똑같게 규정하고있으나 김 교수가 손을 대어 국회에 제출된 안은 아들과 배우자의 몫만을 같게 하고 딸(출가한 딸도 포함)의 몫은 한 아들의 2분의 1로 차별대우를 하고있다.
YWCA대표로 참가한 손인실씨는 『우리는 그 동안 이사회·위원회를 열고 대책을 협의한 결과 ①이숙종 회장이 낸 안을 철회하고 촉진회 안을 새로 제출할 것 ②이것이 안 된다면 이 회장을 회장직에서 사퇴케 하고 촉진회 안를 제출할 것. ③둘다 이루어기지 않을 경우 YWCA는 촉진회에서 탈퇴하여 처음 안을 가지고 계속 투쟁하겠다는 결의를 했다』고 전하고. 이 회장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물었다. 『내가 고쳐서 낸 것은 이숙종 「개인의 안」이므로 여러분은 얼마든지 촉진회 안을 새로 제출할 수 있다』고 거듭 말하던 이 회장은 「회장직 사퇴」에 대해서는 확실한 언급을 주지 않은 채 임시변통의 대답들로 빗발치는 공격을 막아내려 했다.
2시에 시작되어 5시간이상 계속된 회의는 『이 회장이 이미 사과했으니 그가 낸 안을 촉진회 안으로 추인 하자』는 박봉애씨(승공 부인회장)의 동의를 표결에 붙여 15표의 가표를 받아낸 후 통과를 선언했다. YWCA·여성 유권자연맹·가정법률상담소의 대표들은 『회장이 누차 「개인의 안」이라고 주장한 안을 촉진회 안으로 추인 하자는 표결 자체가 무효』라고 주장하며 퇴장했고 『61개 단체의 회비로 운영된 촉진회가 어떻게 15개 단체의 찬성으로 중대사항을 결정하느냐』고 항의하기도 했다.
이로써 지난 1년 반 동안 뜻을 합쳐오던 범여성가족법개정 촉진회는 핵심 「멤버」를 잃게 되었고, 일반여성들에게는 실망과 함께 『부딪쳐 보기도 전에 왜 뜯어 고쳐야만 했을까』란 의문을 남겼다.
가족법개정안이 실제로 언제쯤 국회에서 상정될 것이며 그 중 얼마가 개정될 지에 대해 지금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촉진회의 개정안은 이 시대에 살고있는 한국여성들의 소리로 역사에 남겨져야 한다는 것, 그리고 공직에 있는 사람에게는 권리와 책임의 한계가 있다는 것, 여성단체가 그러한 모순을 덮어두고 운영되어서는 안되겠다는 주장들이 강력하게 일고있다. <장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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