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번쩍이는 야광 찌로 씻는 무더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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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영아씨(58·대동정공주식회사장) 고효정씨(53) 부부는 매주 토요일 하오 밤낚시를 떠나는 것으로 여름을 즐긴다. 17년째 낚시에「미치다시피 해온」이씨는 낚시라면 봄·여름·가을을 가리지 않지만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흘러내리는 한여름에는 당일로 다녀오는 낚시를 택하지 않고 으례 밤낚시를 즐긴다.
『사방이 새카만 한밤,「텐트」근처에 달아 놓은「랜턴」에서 새나오는 불빛뿐인 저수지 둑 위에 앉아 낚시를 하노라면 더위고 잡념이고 모두 잊게된다』는 것이 이씨가 밤낚시를 즐기는 이유다.
특히 고기가 물려 야광「테이프」를 두른 찌가 움직여 번쩍일 때면 그 모습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다고 그는 말한다.
l7년째 l주일 내내 낚시도구를 손질하면서 토요일만 기다릴 만큼 낚시에 몰두한 남편 이씨를 따라 부인 고씨도 3년 전부터 낚시광이 되었다.『저수지에 동행하는 부부가 많다는 이야기는 들었으나 엄두를 내지 못하다, 한번 따라나서 붕어를 잡아보니 낚시 재미를 터득하게 되었다』고 한다.
여러 낚시회를 거쳐 요즘은「솔」낚시회의 고문으로 있는 이씨 부부는 으례 낚시를 떠날 때면 자신들의 짐이 다른 회원들 것보다 크다고 한다.
사용했던 도구를 손질 않는 사람도 더러 있지만 이들 부부는 반드시 새로 손질한 도구·상비약 등을 준비, 철저히 짐을 꾸리다보면 짐이 커지는데 이처럼 짐을 싸는 준비로 한 주일의 2∼3일은 또 더위를 잊게된다고 한다.
낚시로 하룻밤을 새운 후 다음날 취하는 휴식과 쏟아지는 잠도 이들 부부에게는 기분 좋은 하루의 피서법이 되어준다. 알맞게 피곤한 상태에서 수면을 취하고 나면 더운 한여름 밤이 또 지나간다는 것이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 큰 고기를 노리지 않고 잔고기를 낚는 것으로도 낚시를 즐길줄 알게 되었다고 낚시부부는 말한다. <박금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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