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의약분업 투쟁이 고작 '밥그릇 지키기'였다고?"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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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년 의약분업 투쟁을 밥그릇 지키기라고 표현한 의협 노환규 회장의 발언에 일부 의사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중앙포토 자료]

2000년 의약분업 시행으로 촉발된 의료계의 대정부 투쟁이 밥그릇 지키기였다는 대한의사협회 노환규 회장의 발언에 일부 의사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의사회는 28일 “2000년 집회는 밥그릇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는 게 진정 의사협회장이 할 말인가”라며 “노환규는 2000 의권투쟁을 모독하지 마라”고 노 회장을 향해 날선 비난을 퍼부었다.

논란이 된 노 회장의 발언은 최근 전국 의과대학‧의전원 학생 대표들이 모인 자리에서 전해졌다.

노 회장은 축사를 통해 이번 투쟁의 동참을 촉구하며 “2000년 투쟁은 의사의 조제권을 지키기 위한 투쟁이기도 했지만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싸움이기도 했다”고 발언했다.

이어 “저수가제도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을 약의 할증으로 버텨왔었는데 의약분업이 되면 그것을 내려놓아야 했기 때문에 이것을 저지하는 것은 당시 매우 절실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민주의사회는 “2000년 의권투쟁은 쌓이고 쌓인 의사들의 분노가 의약분업이라는 강제조제위임제도가 뇌관이 되어 터진 의사의 난”이라며 “기형적인 의료제도와 저수가에 대한 반발로 의사들이 하나로 뭉친 최초의 저항”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투쟁으로 수십 명이 옥고를 치르고 수천 명이 경찰조사를 받고 수만 명이 경제적 손실을 당했다”며 “당시 의협회원인 노환규는 어디서 무엇을 했는가. 어떤 방식으로 투쟁에 동참했으며 어떤 불이익을 당했는가”라고 반문했다.

더불어 “지금 하는 투쟁이 2000 의권투쟁을 비하할 만큼 의미가 있다는 것은 노환규 당신 혼자만의 생각”이라며 “의협회장이라는 직책을 직권남용하지 마라”고 맹비난했다.

"의약분업 당시 조제권이라는 밥그릇 문제 발생, 원격의료는 100배 큰 위기"
이에 노 회장은 해당 발언을 보도한 언론을 향해 유감을 표명했다.

노 회장은 “2000년 투쟁을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투쟁’이라고 표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며 “언론이 발언의 취지를 고의적으로 왜곡되게 보도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밥그릇 지키기’라는 표현은 1977년 건강보험의 탄생으로 원가 이하의 저수가가 시작됐고, 그동안 어떻게 의료계가 저수가를 극복했는지, 잘못된 의료제도를 근본부터 바꿔야한다는 것 등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는 게 노 회장의 설명이다.

노 회장은 “2000년 의약분업 반대 투쟁은 조제권이라는 의사들의 권리를 빼앗기고 당장 금전적 손실이 발생하는 소위 눈에 보이는 밥그릇과 관련된 일”이었다며 “원격의료는 의약분업보다 100배는 더 큰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데 의약분업 때처럼 당장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투쟁참여를 독려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의미에서 의약분업 투쟁에 밥그릇 지키기라는 표현을 쓰게 됐다는 것.

노 회장은 "이번 투쟁은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투쟁이라는 비난을 받았던 2000년 투쟁과 달리 국민의 지지를 얻으며 잘못된 의료제도를 근본부터 개혁하려는 매우 중요한 투쟁“이라며 ”일부 언론에서는 앞뒤 말을 자르고, 마치 제가 2000년 투쟁을 밥그릇 싸움으로 폄훼한 것처럼 보도하면서 오해를 의도적으로 부추겼다“고 억울함을 전했다.

이어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대부분의 직역 투쟁은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투쟁”이라면서 “그런데 의사들의 밥그릇은 곧 의료기관의 경영을 의미하며 의료기관의 경영은 의료의 질을 지키기 위해 보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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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아 기자 okafm@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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