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남해 고속도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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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전주∼순천∼부산간을 잇는 호남·남해 고속도로가 14일 개통됨으로써 하나의 새로운 미래가 우리 앞에 제시되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 다섯 번째로 뚫린 이 고속도로는 전주∼순천간 1백81㎞와 순천∼부산 간 1백77㎞로 전장 3백58㎞. 이로써 지난 67년부터 막을 올린 고속시대는 이미 개통된 6백55㎞를 합쳐 1천㎞ 대를 돌파, 앞으로 전 국토의 10분의 8이 그 영향권 내에 들어오게 된 것이다.
기존 국도의 10시간 거리를 반으로 단축하여 영·호남의 오지에까지 「하이웨이」시대의 바람을 몰고 갈 호남·남해 고속도로의 준공으로 이제 비로소 전국 1일 생활권화의 꿈은 결실될 단계에 들어섰다. 60년대 이후 지금까지 중앙 및 특정 지역 위주의 중점적인 혹은 편중적인 개발정책과 개발 투자는 사실상 지역간의 두드러진 개발 격차를 더 넓혀 온 것이 숨길 수 없는 사실이었다.
경인·경기 또는 영동 저 고속도로의 건설은 어떤 의미에선 서울 중심의 별 모양 방사형의 선적 교통을 고속화시킴으로써 오히려 중앙 편중화, 중앙 집중화를 더욱 강화시킨 결과를 가져왔었다고 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호남·남해 고속도로의 개통으로 해서 우리 나라에는 사람과 물자와 정보가 사상 처음으로 순환적으로 유통하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패턴」의 기대가 마련된 셈이다. 그것이 앞으로 국민의 경제·사회·문화 생활에 미치게 될 영향은 당장 그 전모를 측정하기 어려울이만큼 심대할 것이다.
우선 전 국토의 거의 전역이 1일 생활권에 들어옴으로 해서 지금까지 자연의 장애에 갇혀있던 산간의 두메마을에 까지 광역 지향적인 개발 의욕이 불붙게 될 것이며, 그것은 오지의 산촌에 사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도 하나의 국토에 사는 하나의 국민이라는 공감의 수준을 높여 줄 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이번 호남·남해 고속도로의 개통이 갖는 특별한 의의는 과거 지리산과 섬진강에 갇혀 내왕이 어려웠던 영남·호남이 이제부터 대전을 거치는 긴 우로에 의존하지 않고 직결될 수 있게 되었다는 데에서 찾아야할 것이다. 이것은 지금까지 영남·호남을 가르고 있던 이른바 「동서현상」이란 지역격차·지역감정을 해소시킬 수 있는 물리적인 기초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고속도로의 발달이 단순히 서울까지의 거리·서울로부터의 거리를 시간적으로 단축시키는데 그친다면 그 의의는 반감될 뿐 아니라 그것은 오히려 서울의 과중 비대화, 지방 중소도시의 탈 개성적인 아 서울화의 경향에 박차를 가하는 등 역 기능화 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러한 실례를 우리는 지난 몇 년 동안에 경험해 왔다. 이런 점에서도 전주∼부산간을 잇는 고속도로가 전국을 순환적으로 연결하게된 새 사실에 대해서 갖는 기대는 크다.
물론 국토의 물리적인 정지가 그대로 개발과 번영을 약속하는 것은 아니다. 거기에는 무엇보다도 현지 민의 의욕과 중앙위 정당 국의 정책적 뒷받침이 따라야 한다 함은 새삼 거론할 필요조차 없다.
그러나 뜻이 있으면 길이 뚫릴 것이요, 길이 있으면 뜻도 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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