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2년 청나라서 연금 생활 할 때 쓴 대원군의 밀서 5통 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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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조말엽 풍운아인 흥선대원군 이하응이 l882년 임오군란의 주동자로 몰려 청나라에서 연금 생활을 할 때 부인 민씨와 장남 재면 등에게 보낸 밀 서5통이 발견됐다.
이 편지들은 월간 『문학 사상』 자료 연구실이 표구상 박주환씨로부터 입수, 학계의 검토를 거친 끝에 4일 공개됐는데 한문 편지 2통·한글 편지 3통으로 되어 있는 이 편지들은 죽음을 두려워하는 한 평범한 인간의 솔직한 면모와 당시의 언어 풍습을 보여주는데 있어서 귀중한 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이들 5통의 편지 가운데 최초의 편지는 1882년7월18일 (음력) 흥선대원군이 천진을 향해 남양만을 떠나면서 뱃속에서 쓴 것으로 학문으로 쓰여졌는데 이 편지의 내용은 7, 8일 후면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것이었으나 7윌20일 천진에 도착 한 후 쓰여진 두번째 한문 편지는 죽음이 다가올지도 모른다는 초조한 심경이 적혀 있다.
『문학 사상』 자료 조사 연구실은 이 편지들이 흥선대원군의 편지라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장서각 족보를 「체크」한 결과 7월20일은 흥선대원군의 큰아들 재면의 생일이며 그의 두번째 편지는 『오늘 (7월20일)이 네 생일인데…』하는 귀절이 있어 흥선대원군의 친필 편지임을 밝혀낸 것이다.
세번째부터의 3통의 편지는 한글로 되어 있는데 이 3통의 편지들이 한글로 쓰여진 것은 마음이 급해서 한글로 쓴 것이 아니면 부인 민씨와 아들 재면이 알아보기 쉽게 하기 위해 한글로 쓴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한글 편지 가운데 한 통은 10월20일 부인 민씨에게 보낸 것으로 겉봉에 「뎐마루라젼」으로 돼 있는데 이 편지는 다시 뵙지 못하고 목숨이 오래지 못할 것이라는 비감한 내용이다.
이 5통의 편지들이 쓰여진 시기는 이조말의 역사 속에서 흥선대원군이 가장 위험했던 시기였으나 그의 증언이 거의 없는 상태였으므로 이 편지들로 인하여 이조 말 정세의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정량완 교수 (한양대)는 이 편지들이 귀중한 가치를 지니는 것이며 추사에게 필법을 배운 대원군의 한문 글씨는 많으나 한글체의 글씨는 처음 밝혀지는 것으로 연구하면 더욱 많은 사실들을 캐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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