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섭씨 5년만의 개인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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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구상전 동인의 박항섭씨가 5년만에 개인전을 열었다. 아기자기한 소품만 30점을 내놓았는데 곧 해외여행을 떠나기에 앞서 서둘러 마련한 작품전이다.
그는 71년 문단에서 추천 작가 상을 받아 구미화단 시찰의 특전을 얻은 것이다.
황해도 장연 태생의 금년 50세가 되는 이 작가는 매우 향수 어린 소박한 소재들을 화폭에 담고 있다.
화제가 말해주듯이 개울가에서 뒹구는 소년들이며 옹기종기 모여 앉은 가족들, 닭과 소 혹은 새와 물고기 등을 꿈속인 듯 회상에 잠기고 있다.
그는 연하고 묽은 색깔을 조금씩 문질러 형체를 어렴풋 부각하고 다시 선묘로 뚜렷이 「데상」하였다. 그래서 화면은 부옇게 가라앉으면서 꿈의 영상이 지닌 의미를 세심하게 강조하고있는 것이다.
그 꿈은 천진한 세계 속에서 구김 없이 생동하는 모습. 마마 꿈 자체에 채색을 올린다면 다분히 생략되고 아련한 박 화백의 작품, 그것이 될밖에 없다.
박 화백은 조용하고 「나이브」한 심성의 작가이다. 너무 작품을 다독거리는 나머지 과작인 셈이다.
허다한 화가들이 전위풍조에 휩쓸리고 또는 사실화들만이 일반고객의 영향을 받는 우리나라의 실정임에도 그는 그의 「피규러티브」한 조형세계에서 끝내 고투를 계속 해오고 있다. 그 점은 더욱 대견하고 알찬 작업이 아닐 수 없다.
그는 60년대이래 화단의 주목되는 한 작가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의 화풍에 큰 비약도 시도하지 않았다. 꾸준히 화폭에 정을 쏟고, 그래서 작품 제작을 위해 근년엔 학교강의마저 그만둘 수 있는 그런 마음의 자세가 돼 있다는 생각이 든다. <30일까지 조선호텔 2층 화랑에서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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