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활자 인쇄본 가운데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인쇄본인 고려시대의 『청량답순종심요법문』이 24일 고려대에서 공개됐다.
고려대 중앙도서관장 현승종 교수는 이 책이 이미 「파리」에서 발견되어 작년에 공개된 바 있는 『백운화상초녹 불조직지심체요절』(1377년간)보다 79년 가량 앞선 1297∼1298년 사이에 개성에서 간행된 책이라고 밝혔다.
현 교수는 5장을 4분해서 접어 20면으로 만든 이 작은 책자가 ①발의 한 면이 완전히 금속활자로 인쇄됐으며 ②현재 세계에 있는 목활자나 주활자본을 망라해서 가장 오래된 활자본이며 ③목판사이에 목활자를 식자하고 있는 특이한 형식을 취하고 있는 점에서 극히 귀중하다고 말했다.
고려대 중앙도서관이 소장한 한적을 재정비하는 가운데 지난 15일 사서 윤병태씨에 의해 발견된 이 책은 그동안 금속활자본의 확인을 위해 손보기 박사(연세대박물관장) 천혜봉 교수(성균관대) 안춘근씨(서지 전문가) 강진철 교수(고려대) 등의 고증을 거쳤다.
책의 크기는 세로 21.3㎝, 가로 13.3㎝, 두께 4㎝의 작은 책으로 원래는 첩본이었으나 현재는 호접장으로 제본돼 있다.
발의 86자를 「필름」에 담아 확대 분석한 바 있는 손보기 박사는 『「고금상정예문」이 1234년에, 「남명천화상송증도가」가 1239년에, 「백운화상초녹직지심체요절」이 1377년에 인쇄된 것으로 봐서 이 책의 발문 한 장이 금속활자로 인쇄될 수 있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고 다졌다.
<책 내용은 유심문답>
이 책의 내용은 당 순종이 유심에 관해 당시의 진국국사인 청량화상 징관에게 물은데 대해 청량이 답한 것을 요약한 것으로, 이를 정혜선사 종밀이 전주하고 다시 지엄이 과판한 것이다. 원본은 원에서 간행했던 것을 우리 나라에서 재간한 것이다.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