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감소로 고민하는 미국 대학-『유·에스·뉴스·앤드·월드·리포트』지 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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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대학마다 초만원을 이루고 팽창일로에 있던 미국의 「캠퍼스」가 한산해 지고 있다. 과중한 경비·징병제도의 종결·대학교육의 참다운 가치에 대한 의문이 그 이유로 지적되고 있다. 최근 20년간 3배로 치닫은 미국의 대학인구 성장곡선은 차츰 수그러져 평평한 선으로 되고 말았다. 특히 사립대에서의 성장둔화는 최근 2년간 현저히 나타났다. 이 같은 현상의 원인과 다가오는 학년도의 신입생 지원추세를 근착 『유·에스·뉴스·앤드·월드·리포트』지는 조사, 분석하고 있다.
미국대학 입학전형위원회의 추계에 따르면 4월 현재 미국의 대학은 전국적으로 60만명의 학생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같은 결원사태에 당황했던 대학측은 이제 「어떻게 되겠지」하는 태도가 돼버렸다. 「캘리포니아」대의 「아더·서튼」은 『문제의 핵은 오늘날 대학이 당면한 사회·경제 및 정치적 압력 전체에 있다. 학사의 전통적 가치도 백인 및 상류층은 의심하게 됐다. 다만 흑인이나 소수인종 만이 아직도 전통적 가치를 갖고 있을 뿐이다』면서 졸업 때 가족사진을 찍으면서 만족해하는 백인 가정을 별로 볼 수 없게 됐고 이들은 새로운 생활의 「스타일」을 찾아 나섰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아직도 중소규모의 사립대나 2년제 지역대학, 등록금이 싸고 인기 있는 주립대 등에는 지원자가 몰리고 있다. 의대 및 법대도 같은 현상을 빚고 있다.
미국 의대연합회 보고에 따르면 새 학년도에 받아들일 수 있는 학생수가 1만3천9백명인데 4만여명이 지원하고 있다. 법대의 경우는 3만7천명에 12만명이 지원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예는 어디까지나 특별한「케이스」라고 교육자들은 보고 있다.
대학 지원률의 하강추세는 변함이 없는 것 같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로 풀이된다.
그 중에도 대학 측을 가장 괴롭히는 것은 널리 번져 가는 경비에 대한 의문과 함께 현대생활의 준비수단으로서의 대학교육의 가치에 대한 의문이다. 「라·베른」대 「레란드·뉴카머」박사는 『젊은이들이 대학에 가지 않는 이유의 하나는 대학이 교육을 받는 유일한 곳이 아니며 학위를 받는 것이 직업을 보증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고 실명했다.
어쨌든 경비와 대학교육 자체의 가치에 대한 문제가 젊은이들의 대학진학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 이 때문에 입학을 늦추거나 중퇴한다. 어떤 경우는 여행을 하면서 자기 자신을 좀 더 살피고 난 뒤에 대학진학을 결정하는 사람도 있다.
대학생 감소추세의 또 다른 이유는 특히 4년제 대학의 문리계 학생들이 직업훈련기관으로 빠지고 있다는 것이다.
학위가 수년 전처럼 취직을 보장해 주지 못하고 있는데다 문리계 교육이 생활의 기능을 함양해 주지 못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직업훈련기관으로 빠져나가거나 대학에서도 직업적 경험을 가질 수 있는 학과를 찾고 있다는 것이다. 경비가 적게 들고 가정과 직결된다는 점도 이런 경향을 부채질한다. 지역대학이나 초급대학은 이같은 경향을 재빨리 포착하여 교육과정을 개편함으로써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징병제도의 종결도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수년간 수만명의 젊은이들이 징집연기 혜택을 받기 위해 대학에 들어갔다. 전장보다 「캠퍼스」를 선택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다른 대안을 젊은이들은 찾아 나섰다. 그래서 이제 대학은 학생을 찾아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지금까지 학생이 오기를 기다렸던 대학은 학생을 데리러 고교를 찾아 다녀야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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