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고아 소재로 영문소설 쓴 노르웨이여성|주인공은 실재 혼혈고아에의 관심 일깨우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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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오랫동안 우리나라에서 혼혈고아들을 위해 헌신해 온 한 「스칸디나비아」 여성이 한국의 한 혼혈고아를 주제로 한 연작장편소설을 영문으로 출간하여 화제가 되고있다.
「펄·벅」의 『갈대는 바람에 흔들려도』, 김은국의 『순교자』, 강용홍의 『초당』 등 우리나라를 주제로 한 영문소설이 많이 있지만 『별에 쓰여진 운명』이라는 제목의 이 책은 한국인도 영·미인도 아닌 제3국인에 의해 쓰여졌고 그것도 한국에서 출판되었다는데 큰 뜻이 있는 것 같다.
이 책의 저자는 「노르웨이」 여성인 「에르나·잉게보르크·문」 여사. 64년 한국에 처음 와서 목사인 남편 「스베이눙·J·문」씨와 함께 혼혈고아를 위해 일하다가 약 2년 전부터 「펄·벅」 재단 한국지부장이 된 부군과 함께 소사에 있는 「펄·벅」 재단 한국지부에서 1천2백여 혼혈고아들의 뒤를 돌봐 주고있다.
부제 「숙이 이야기」로 돼있는 이 책은 농촌태생인 15세의 아름다운 소녀가 6·25동란 중 주한미군에 짓밟혀 은숙이라는 혼혈아를 낳아 이혼혈아가 성장하면서 겪는 갖은 고통을 엮고있다.
『이 이야기는 「완전한」사실입니다. 성장하는 중 어머니와 할머니를 잃고 고아가 된 은숙이는 갖은 모멸 속에서드 꿋꿋이 자라나 지금은 미국에서 미술공부를 하고 있지요. 아주 행복하답니다.』 나이를 결코 밝힐 수 없다면서 환하게 웃는 「문」여사는 「할덴」(노르웨이) 「브뤼셀」(벨기에) 등지에서 불문학을 전공, 부군과 함께 53년 이후 「아프리카」 여러 나라에서 선교사업을 하다가 64년 이래 한국에서 살고 있는데 그동안 많은 단편(노르웨이어)을 발표해 왔으나 영문으로, 그것도 장편소선을 발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문」 여사는 『한국이 좋아 언제까지고 이곳에서 살고 싶다』면서 불행속에서 태어난 혼혈고아들에 대해 무관심한 것이 무엇보다 안타까우며 이번에 소설을 쓰게 된 것도 많은 사람들이 혼혈고아들에게 관심을 가져줬으면 하는 뜻에서였다』고 말한다.
소설 『별에 쓰여진 운명』은 미국 등 구미 여러나라에 배본 중이며 곧 한국어판, 「노 르웨이」어판, 일어판 등 번역판도 출간할 계획이라고 한다. 또 현재 또 다른 영문장편소설을 집필 중이라는 「문」 여사는 『운명이란 하늘이 만드는 것이지만 모든 운명은 행복과 통한다는 것을 믿는다』고 그 나름의 운명론을 폈다. <이호웅기자>@@이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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