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스포크」 박사의 육아론- 어린이엔 자상한 애정 표시 있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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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나이 어린 자녀를 둔 대부분의 부모들은 모처럼의 휴가 계획이나 부모의 취미 생활까지도 아이들 중심으로 짤 만큼 헌신적이다. 반면 그들 자신이 엄격하게 자란 탓인지 아이들에게 따뜻한 애정 표현을 하지 않는 부모도 있고 또 어떤 부모는 급작스럽게 껴안는 다든가 하는 지나친 애정 표현을 하기도 한다.
부모는 자녀에게 어느 정도의 애정 표시를 해야 적당한가를 미국의 저명한 소아과 의인 「벤저민·스포크」 박사는 다음과 같이 알려준다.
나 자신 자녀에게 아주 헌신적인 부모 밑에서 자라났다. 어머니는 「카드」 놀이를 아주 좋아했지만 우리 형제에게 미칠 영향을 걱정하여 우리 6형제가 모두 대학을 마칠 때까지 일체 「카드」를 손에 대지 않았고 아버지는 우리가 자랄 때까지 여행 떠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처럼 부모가 자기 희생을 하면서 자녀를 키우는 것은 현명치 못하다. 자신의 생활을 없애고 자녀를 위해서만 헌신하는 것은 자녀에게 지나친 기대를 걸게 할 염려가 있다. 그래서 자녀가 실제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큰 성과를 기대하게 되는데 이보다는 자녀를 가족의 일원이나 부모의 동반자로 대하는 것이 더 좋다.
그런데 아무리 깊은 애정을 갖고 있더라도 부모가 자녀에게 육체적인 애정의 표시를 하지 않아서는 쓸데 없다. 나의 아버지는 분명히 자녀에 대한 사랑이 극진했지만 내가 어렸을 때 한번도 그의 팔에 안겨본 기억이 없는 것이다.
이처럼 애정의 표현을 받지 않고 자란 아이들은 친구의 부모들이 취하는 태도를 보고 곧 자신의 부모와 비교를 하게 된다. 그래서 어린 시절에 일찍부터 소외감이나 고립감에 젖게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하여 지나친 애정 표현은 아이에게 해롭다. 아이가 깔깔거리고 웃거나 좋아할 수록 얼굴은 물론 목이나 가슴에 입을 맞추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태도는 아이에게 지나친 자극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아버지와 딸 사이, 어머니와 아들 사이의 애정 표현은 예전에는 자연스런 것으로 받아들여졌으나 현대 심리학에서는 그렇게 보지 않고 있다. 어린아이에 대한 이성 부모의 애정 표시가 지나치면 건전한 성인으로 성장하는데 지장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TV나 영화 장면을 흉내내려는 자녀가 있다면 멀찌감치 앉혀놓도록 한다. 어머니나 아버지가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말하지 않더라도 어린아이는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아 아이가 뛰어다닐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한 후에는 껴안는다거나 하는 애정 표현을 하지 않도록 한다. 이때가 되면 어린아이는 대개 육체적으로나 감정적으로 부모에게서 독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기가 충격을 받았거나 병이 났을 경우엔 따뜻한 애정 표현을 하는 것이 좋다고 「스포크」 박사는 충고한다. <「레드·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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