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둑과 보신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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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온 가족의 사랑을 받으며 자란 까만 개 주리가 없어졌다.
요즘 보신탕이 제철이라 개를 훔쳐 파는 개 도둑들이 많은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서 주리야 주리야 하고 불러봐도 대답이 없다. 개장에 가 봤더니 텅 비어 있다. 혹시나 하고 기다려 보았으나 며칠이 돼도 개는 돌아오질 않는다.
우리 집만 개가 없어졌나 했더니 이웃집에서도 개를 도둑 맞았다고 한다.
여름철이면 보신탕쪽들에게 인기가 있는 개장국이 잘 팔려 그 방면에 눈독을 들이고 개도둑을 일삼는 사람들이 있음은 한심스럽다.
주리를 사다 기른지는 만 2년이 된다.
시장에서 까만 강아지를 사다가 길러 이젠 어미가 되어 새끼도 낳고 했었다.
무엇보다 개를 잃어버린 것을 제일 슬퍼하는 것은 우리 아이 범이다.
범이는 새벽이면 개를 끌고 뒷산에 올라가기도 하고 훈련도 시키고 또 시장 심부름 갈 때도 개를 곧잘 데리고 다녔다.
우리는 가난하게 살아서 개에게 주는 밥도 초라했었다.
그럴때면 왜 부잣집으로 팔려가지 못하고 우리 집으로 팔려왔누 하며 동정이 가곤했다.
이제 주리는 볼 수도 없다. 제발 주리가 살아 있다면 아이들을 데리고 얼굴이라도 한번 보고 싶다. 어쩌면 해질 무렵 문득 꼬리를 흔들며 나타날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기도 한다.
신은순 <인천시 송림 3동 동부구 105의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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