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불꽃 퇼 「8·3조치」-신련처리와 전면반대 속의 기상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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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8·3긴급명령」은 기업인과 사채권자에게만 국한하지 않고 정치인·정치자금에도 타격을 주었다.
공화당의 재경통 K의원은 『전보다 정치자금조달이 어렵게 됐다. 기업의 자금운영실태가 노출됐기 때문에 정치자금으로 빼돌리기가 어려워진 것으로 봐야 하며 우리도 이제는 씀씀이 규모를 긴축해야되겠다』고 정치자금의 조달을 걱정했다.
반면 신민당 의원 중 사업에 손대고 있는 J의원, 대기업과 깊은 관계를 갖고 있는 K의원 등은 신민당의 당책과는 달리 『8·3조치는 잘한 일』이라고 환영하고 있다.
또 모 의원은 자신이 회장으로 있는 어느「협회」기금 천만 원을 모기업체에 사채로 주어한숨이고 의원들의 친목계를 맡고있는 모 의원은 『계 기금을 기업사채로 놓았는데 받지 못하게되었다』고 걱정이다.
그러나 이러한 희비는 의원의 개인적 이해. 그 보다는 긴급명령 찬반의 불을 뿜을 임시국회를 앞두고 여야당간부들의 머리가 더 뜨겁다.
긴급명령을 승인함에 있어 공화당은 될수록 조용히, 수월하게, 신속히 처리할 방침이지만 신민당은 정반대. 긴급명령에 전면 반대키로 당론을 잡았기 때문에 효과적인 전략을 마련키 위해 간부들이 머리를 짜고있다.
긴급명령의 심의절차를 두고 몇 가지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긴급명령은 법률의 효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법안심의와 같은 절차가 필요한 것이냐, 승인 안이기 때문에 동의안 심의절차와 같으냐는 본질문제에서, 구체적으로는 수정이 가능하냐는 문제와 법사위심의를 거쳐야 하느냐는 문제가 파생한다.
첫째, 법사위예심문제=고재필 법사위원장은 『긴급명령에 대한 국회심의는 가부의 결정이기 때문에 해당상위(재무위) 예심만을 거쳐 바로 본회의에서 심의해야할 것』이라고 법사위심의를 기피(?)하고있다.
그러나 긴급명령은 법률의 효력을 갖고 또 혜법 규정의 테두리를 지켰나하는 법률적인 측면의 심사가 필요하기 때문에 법사위심의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 의사상국의 견해다.
그래서 고법사위원장의 견해에도 불구하고 공화당정책위의장단 회의는 재무위예심을 거친 뒤 다시 법사위심사에 들리기로 의견을 모았다.
신민당은 예심대책을 확정치 않았으나 안건의 중대성에 비추어 재무→법사→본 회의의 통상적인 심의단계 외에 재무·경과·상공의 연석회의 또는 특별위원회 구성제의를 검토하고있다.
신민당이 이 같이 문제를 크게 끌고 간다면 그 논란이 한차례 있게 되는 셈이다.
둘째, 수정가능성문제=공화당은 보완책의 조건을 붙여 긴급명령을 승인하는 문제를 검토중이고 신민당의 11인 대책위에서도 홍영기 의원 같은 이는 긴급명령의 보완을 조건부로 승인하자는 온건론을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조건부 승인 내지 수정동의하자는 의견인 것 같다.
그러나 긴급명령은 일반 법안과 달리 그 내용이 이미 확정되어 있어서 내용을 수정해서 처리할 수 없다는 공식해석이 있다 (결산안·조약의 비준 동의·청원 등도 여기에 포함됨).
따라서 보완조건으로 승인한다는 것은 어렵고 다만 원안을 승인하고 별도로 보완 건의안을 채택하는 길은 있다. 물론 이 건의안을 받아들이는 여부는 정부에 달려있다.
이 같은 별도의 건의안 외에 반송결의가 있을 수 있다.
국회가 긴급명령에 부분적으로 불만인 경우 이를 일단 부결하고 다시 긴급명령 승인 안을 내도록 하면 법률효력이 발생한 긴급명령의 시행상 법질서에 혼란이 있기 때문에 명령을 살려두어 효력에 영향을 주지 않고 국회가 가부의사를 보류한 채 반송 결의하는 것은 명령수정의 편법인 셈이다.
지금까지 긴급명령이 국회에서 반송된 예는 1호 (비상형태하의 범죄처벌에 관한 특별조치령=50년6월25일)와 4호(금융기관 예금대불에 관한 특별조치령=50년7월19일) 7호(비상시 향토방위령·1950년7월22일)3번 있었으나 이 반송은 수정목적의 반송이 아니고 국회개회 중 긴급명령이 발동됐다는 이유로 반송된 것이다.
실질적인 수정의 효과를 가져오는 방법으로 명령원안을 그대로 승인하고 별도의 개정법안을 내는 길이 있다.
이 선례로는 50년 7월22일 발동된 「비상시 향토방위령」으로서, 당시 국회는 수정의 필요가 있어 이 명령을 일단 원안대로 승인하고 뒤이어 「비상시 향토방위령 중 개정법률안」을 심의 통과했다.
이밖에 긴급명령이 국회에서 부결된 예는 꼭 한번. 50년12월1일 제11호 「지세에 관한 임시조치령」이 그것이다. (지금까지 긴급명령권의 발동은 15회. 6·25직후 반년사이에 11건, 52, 53, 54년에 각기1건, 그리고 17년 만인 72년에 l건. 이중 ▲승인=10건 ▲반송=3건 ▲부결=1건이며 개정법안이 즉각 뒤따른 경우가 한번)
신민당은 이러한 전례를 참작, 이번 긴급명령의 철회요구결의안 또는 정부반송 결의안을 내고 정부가 다시 필요하다면 전면적이고 종합적인 경제재건 종합 법을 마련토록 촉구할 계획이다. <이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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