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경제의 진단과 처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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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경기 침체와 물가의 급상승이라는 이율배반적인 경제 동향을 어떻게 수습하여 안정과 성장의 기반을 굳혀 가느냐가 가장 절실한 과제라 하겠으며 이에 대한 행정부의 대 국회 질의 응답 내용은 국민의 비상한 관심사였다.
그러나 이번 국회에서의 질의 응답 과정에서 밝혀진 행정부의 경제 진단과 처방은 종합 성적인 것이 아니고 종래의 방침을 토막토막 부분적으로 밝힌데 불과했다.
우선 전체 경제 동향에 대한 행정부의 판단은 거의 설득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현실을 너무 안이하게 평가하고 있는 듯 하다. 물가는 연말까지 안정될 것이며, 환율은 보세에 접근해 있고, 세수 결함은 2, 3백억원 정도에 불과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GNP 성장률은 1·4분기 중 6·9%로 전년의 16·6%에 비해 크게 둔화하였으나, 하반기 중에는 호전될 것이며, 그 때문에 하반기에는 세수도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정부의 희망적인 관측이 실제로 실현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간절하다 하겠으나 유감스럽게도 그를 뒷받침할 만한 실체적인 통계 자료가 제시되지 못하는 한, 그것은 어디까지나 일방적 기대에 불과한 것이다. 이론적으로 보아 투자율이 회복되지 않는 한, 경기는 하강 국면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것은 상식이라 하겠는데, 어떤 자료를 가지고 하반기 동향을 파악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또 우리의 산업 구조로 보아 경기 회복과 수입 증가는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고 있는데 수입이 증가하고 있는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정부가 경기 전망을 분명히, 그리고 또 확실하게, 파악해야만 경제 동향에 맞는 정책을 제시할 수 있다는 뜻에서 우리는 차후 발표를 더욱 궁금히 생각한다.
둘째, 당국이 오늘의 경제 동향에 대응하는 정책으로서 금리인하·환율의 4백원선 고정화·산업 합리화 기금의 방출·통화량의 20%내 증가 등 정책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것은 이미 부분적으로 제시된 것 일뿐만 아니라 종합 대책을 전제하지 않은 부분 정책의 범주에 속하는 성질의 것이다. 그러므로 당국이 발표하기로 한 종합 대책을 시급히 제시하여 전체적 관련하에 그러한 부분 정책이 추진되어야 할 것임을 거듭 강조한다. 솔직히 말하여 오늘날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문제점은 성장 추진의 모체라 할 기업 자체가 부실화해 가고 있다는데 있다. 이들 기업의 부실화를 저지시키고 나아가서 정상 운영을 기하기 위해 기업주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며 정부는 어떻게 이들을 유도하겠는가 하는 본질 문제를 외면하는 한 부분 정책을 가지고 경제를 정상화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제 업계는 궁지에 몰려 금리의 대폭 인하·환율의 고정화·조세 부담 경감·산업 합리화 기금의 저리 장기 대출 등 기업이 필요로 하는 모든 사항을 당국에 요구하고 있다. 이는 바꾸어 말하면, 업계의 초고 자세를 뜻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일종의 배짱이라고 보아 과오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당국은 업계의 요구와 국민 경제의 동향을 감안해서 최선으로 선택할 수 있는 길을 시급히 찾아내어 국민에게 제시해야 하지 않겠는가.
아직도 어떻게 하겠다는 방향이 제시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실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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