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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과의 소통 강화 나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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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일러스트=박용석]
사공일
본사 고문·전 재무부 장관

현재 우리 정치권은 지속된 경기부진 속에서 대다수 국민이 겪고 있는 민생고를 덜어주고 경제적 번영을 통한 진정한 국민복지 향상과 국가발전에 도움이 될 일은 뒤로한 채 과거지향적 정쟁에 매몰돼 있다. 게다가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 국회 의결 법정시한을 넘겨 사상 초유의 ‘준예산 편성’ 사태마저 불가피하게 하고 있다.

 이러한 정치권의 난맥상을 보며 “민주주의는 그동안 경험해본 다른 모든 형태의 정부를 제외한다면 최악의 정부형태(the worst form of Government)”라고 한 윈스턴 처칠의 위트 넘치는 경구를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처칠의 말처럼 민주주의 자체가 완벽한 것이 아님을 인정하더라도 현재 정치권에 의해 저질러지고 있는 심각한 국력 소모와 국가경쟁력 훼손을 보며 우리 민주주의의 현실에 대한 실망감을 떨칠 수 없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에 수반될 수 있는 여러 가지 체제적 비용과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이는 인류가 추구해온 마지막 정부 형태가 될 것이라고 내다본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주장을 차치하더라도 현재 이 시점에서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대안은 물론 없다.

 따라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민주주의의 체제적 비용과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펼치는 일뿐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국회선진화법 개정뿐 아니라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 개선돼야 할 헌법조항과 국회의원선거법 개정 등에 관한 포괄적인 논의가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관련 학계와 언론계의 전문가들이 나서 뜻을 같이하는 여야 정치인들과 함께 범국민적 논의를 펼쳐주길 기대해 본다.

 이러한 와중에서도 행정부의 일상 업무는 지속돼야 한다. 특히 제2차 연도를 맞는 새 정부의 부처별 업무계획을 빠른 시일 내에 확정해야 한다. 각 부처의 내년도 업무계획 작성과 관련해 반드시 강조돼야 할 것이 있다. 우선 각 부처의 내년도 업무계획은 범정부적 차원에서 2017년까지, 혹은 그 이후까지 달성하려는 국정분야별 중장기 비전과 목표달성을 위한 로드맵(roadmap)의 일환으로 짜야 한다. 이를 위해 각 부처 정책 담당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명확하게 정리된 국정목표에 관한 정부 내 의견조율과 이해증진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고용률 70% 달성과 창조경제 실현도 이러한 측면에서 미흡한 점이 있다면 보완돼야 한다.

 필자는 2017년까지 고용률 70% 달성이란 목표와 관련해 ‘성장을 통한’ 고용률 제고라는 측면이 명시적으로 강조돼야 한다고 본다. 자칫하면 각 부처 차원에서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보다 기존 일자리 나누기와 쪼개기에 주력할 수도 있다.

 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란 분명한 범정부 차원의 국정목표는 총론에 합의한 관련 부처나 정치권이 일자리 창출을 저해하거나 오히려 일자리를 파괴하는 입법이나 규제를 고집하는 경우의 모순된 측면을 부각시키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무릇 모든 정책은 그 목표가 명확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우선 정부 각 부처 정책담당자들의 중지를 모으는 데 도움이 되고 나아가 국민과 정치권 설득에 유리하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또한 필자는 성장을 통한 고용률 70% 달성이란 국정목표와 함께 정부가 반드시 추구해야 할 더욱 포괄적인 중장기 목표를 추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최근 들어 급속하게 떨어지고 있는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제고하자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현재 3.5% 수준으로 떨어져 있는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2017년까지 적어도 1~1.5%포인트 제고하기 위한 방안이 각 부처 업무계획에 반영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일류 선진국을 향해 아직도 갈 길이 먼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것은 우리 경제가 당면한 가장 큰 도전이다. 정부가 중장기 목표로 삼고 있는 고용률 제고와 함께 인적자원의 질적 향상을 위한 교육개혁과 근로자의 훈련·재훈련제도 개선, 그리고 기업투자 활성화를 위한 여건조성 노력이 배가돼야 한다. 아울러 각종 제도개선을 통한 우리 경제체제 자체의 효율성 제고를 위한 구체적 방안과 민주주의의 기본인 법과 질서가 지켜지고 모든 제도와 규범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마련한 대책도 업무계획에 포함돼야 한다.

 이러한 정부의 노력은 정치권의 협력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정부는 국민과의 직접적인 소통과 대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 각 부처는 장·차관뿐 아니라 소관업무 실무책임자까지 나서 다양한 언론매체를 통한 대국민 설득 방안을 마련해 업무계획에 포함되도록 해야 한다. 정치권의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국민과의 직접 소통 강화가 더욱 중요한 때다.

사공일 본사 고문
일러스트=박용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