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센카쿠 열도 포함한 ‘방공식별구역’ 선포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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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일본과의 영토 분쟁지역인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포함하는 ‘방공(防空)식별구역(ADIZ)’을 선포해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 국방부는 23일 동중국해 상공에 ADIZ를 설치했다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방공식별구역에는 센카쿠 열도를 비롯해 제주도의 서남쪽 바다와 일본·대만 등으로 둘러싸인 동중국해 상공 대부분이 들어간다. 일본이 설치한 방공식별구역과 상당 부분 겹쳐 양국 대치로 인한 군사적 긴장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우려된다. 중국은 중남부 저장(浙江)성에서 130㎞ 떨어진 해역의 상공까지 일본이 방공식별구간으로 설정했다며 불만을 터뜨려왔다.

방공식별구역은 영공 방위를 위해 영공 외곽의 일정 지역 상공에 설정하는 자의적 공간이다. 이 구역에 들어온 비행물체를 식별해 위치를 확인하고 필요 시 군사상의 위협을 평가해 대응한다. 국제법상 인정된 영공이 아니라 해당 국가가 일방적으로 선포한 공간이지만 선제적 영공방위를 명분으로 군사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중국 국방부 양위쥔(楊宇軍) 대변인은 “방공식별구역 운영은 국가 주권과 영토 안전을 도모하고 항공 질서를 유지하려는 조치”라며 “특정 국가를 겨냥하거나 특정 목적을 가진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의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은 센카쿠는 물론 오키나와 서쪽 해역까지를 포함하고 있어 일본을 겨냥한 군사적 압박 조치로 볼 수 있다.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은 “그동안 내부적으로 운용해왔던 동중국해 상공의 방공식별 범위를 외부에 공개한 것은 다분히 일본을 겨냥한 카드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중국은 또 적절한 시기에 방공식별구역을 확대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대상은 영유권을 둘러싸고 복합적 갈등이 일어날 수 있는 서해와 남중국해 상공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이어도 영유권 문제가 불거질 경우 한·중 간 공중 대치도 일어날 수 있어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중국 국방부는 방공식별구역 운영세칙도 정해 이날 오전 10시부터 공식 시행에 들어갔다고 강조했다. 세칙에 따르면 방공식별구역을 지나는 항공기는 사전에 중국 외교부나 민간 항공국에 비행 계획을 통보해야 한다.
또한 무선통신을 갖춰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관리기구인 중국 국방부와 서로 통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국제기준에 따른 국적 표시도 하도록 했다. 방공식별구역 관리기구의 통제에 따르지 않을 경우 무력을 동원해 ‘방어적 긴급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중국 국방부는 밝혔다.

중·일 양국은 센카쿠 인근 하늘에서 공중 대치를 이어가며 신경전을 벌여왔다. 지난달 인민해방군 무인기가 센카쿠 인근 상공을 정찰하자 아베 신조 총리는 일본 영공을 침범하는 비행물체는 상황에 따라 격추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에 중국은 “무인기 격추는 전쟁을 의미한다”며 강경대응 의지를 밝혔다.

베이징=정용환 특파원 narrativ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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