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칼럼] 겨울철 심장마비의 가장 큰 원인 ‘고혈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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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순환기내과 이남호 교수

드라마를 보면 등장인물들이 충격적인 소식을 듣고 난 후 갑자기 심장 부위의 통증을 호소하며 쓰러지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이처럼 심리적 스트레스를 주는 상황은 혈압을 급격히 올려 심근경색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지만, 사실 심근경색은 심리적 요소뿐만이 아니라 기온의 영향도 크게 받는 편이다.

추운 겨울철에는 노인들이 심장마비나 뇌출혈로 인해 갑작스럽게 사망했다는 소식을 많이 접하게 되는데, 이는 추운 날씨가 혈관을 수축시켜 심장에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또 고혈압 등 심혈관 질환을 앓고 있던 환자의 경우 심근경색의 위험이 더 높기 때문에 추운 날씨를 더욱 조심해야 한다.

심장마비라 불리는 급성심장정지는 흔히 심장병 때문에 발병한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급성심장정지를 겪는 사람들은 기존에 고혈압을 앓고 있었던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 급성심장정지 환자의 과거병력을 보면 고혈압이 24.6%, 당뇨병 16.2%, 암 9.3%, 심장질환 8.9%, 뇌졸중 7.3% 등이다. 고혈압은 혈관에 부담을 주어 혈관벽을 두껍게 하고 뻣뻣하게 변하게 하는 동맥경화증을 유발하는데, 급성심장정지의 80~90%는 동맥경화에 따른 관상동맥 질환이 원인이 되어 발생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고혈압은 혈관을 수축시키고 미세혈관의 수를 감소시켜 심장에 부담을 준다. 또 고혈압에 걸리면 혈관 벽에 콜레스테롤이 쌓여 혈관이 좁아지기 때문에 동맥경화의 진행이 악화되기도 한다. 이 같은 동맥경화증은 뇌졸중, 협심증, 심근경색증과 같은 치명적인 심혈관 질환의 원인이다. 특히 수축기 혈압 160mmHg, 이완기 혈압 100mmHg 이상의 2기 고혈압 환자는 합병증의 위험이 더 높기 때문에 생활습관 관리와 함께 즉시 약물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2기 고혈압 환자의 경우 혈압을 빨리 떨어뜨리는 것이 필요하므로 3~4가지의 약물을 동시에 투여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에는 두 가지 약물을 하나로 합친 복합제도 많이 나와 있기 때문에 복용이 훨씬 간편해 졌다. 예를 들어 고혈압 치료제 중 가장 최근에 개발된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ARB) 계열의 약은 기존 치료제들에 비해 부작용이 적은 장점이 있으며 미세 단백뇨가 있는 당뇨병 환자에서는 추가적으로 신장기능 보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ARB) 계열의 치료제와 칼슘길항제(CCB)를 합친 복합제는 단일제보다 혈압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크고 부작용도 적어 널리 사용되는 고혈압 복합제이다.

고혈압 치료제 복용과 더불어 생활습관의 교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일주일에 세 번 이상 가벼운 운동을 30분 이상 하도록 하고, 기름진 음식보다는 과일과 채소를 많이 섭취하며 저염식을 실천해야 한다.

생활 속 작은 습관 변화만으로도 건강에 큰 효과를 볼 수 있으니 하루 30분, 한 끼만이라도 본인을 위해 운동하고 건강한 식단을 실천하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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