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 같은데 간판만 교체 … 현실적 효과 검증 안 됐다는 비판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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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9호 11면

서울의 교육 정책은 서울시교육감이 바뀔 때마다 ‘손바닥 뒤집듯’ 바뀌어왔다. 각 교육감들이 추진했던 ‘○○학교’ 변천사를 보면 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툭하면 바뀌는 서울의 학교 명칭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서울시교육감으로 재직하다, 2008년 직선제로 다시 교육감을 맡은 공정택 전 교육감이 추진했던 학교는 ‘좋은학교’다. 공 전 교육감은 2006년 2월, “교육 격차 해소 방안을 마련해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며 ‘좋은학교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교육 여건은 열악하지만 발전 의욕이 있는 초·중·고를 대상으로 ‘좋은학교’를 선정해 대학생 멘토링, 방과후 프로그램 등을 지원해주는 내용이다. 공 전 교육감은 ‘좋은학교’의 교사들을 대상으로 특별연수 기회를 제공하면서 확산에 힘을 쏟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다는 비판도 받았다.

2010년 7월 선출된 곽노현 전 교육감이 힘을 실었던 학교는 ‘혁신학교’다. 곽 전 교육감은 “이명박 대통령(MB)식 교육은 박물관으로 보내자”며 혁신학교를 주장해왔다. 혁신학교의 키워드는 ‘창의성’이다. 획일적인 교육과정에서 벗어나 교과과정을 자유롭게 재구성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같은 ‘혁신학교’라도 형태가 다 다르다. 한 학급당 25~30명의 소규모로 짜여진다는 점 정도가 공통점이다. 2011년 1학기 시작된 혁신학교는 현재 67곳이 있다. 4년간 매년 1억4000만원가량 지원받고 원래 계획대로라면 평가를 통해 재지정된다. 현재 문용린 교육감이 혁신학교 지원 예산을 절반 이상 줄이겠다고 해 논란이 일고 있다.

문 교육감은 지난해 말 취임 직후부터 ‘행복’이라는 글자를 즐겨 쓴다. 아무것도 없던 회색빛 교육청 건물엔 ‘꿈과 끼를 키우는 행복한 서울교육’이라는 글자가 붙어 있다. 지향하는 학교도 ‘행복학교’다. 행복학교는 문 교육감이 “학교가 아이들에게 행복한 삶을 이끌어갈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기치를 내걸고 추진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명확한 실체가 없지만 출석을 부를 때 학생들이 자신의 기분도 함께 말하는 ‘행복출석부’나, 정직·약속·용서를 강조하는 인성교육인 ‘정약용’ 프로젝트가 행복학교 정책의 일환이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한정된 교육 예산으로 짧은 기간에 성과를 내기 위해 이전 정책 대신 자기 성향이 반영된 이름으로 정책을 새로 추진해왔다. 혁신학교도 추구하는 바는 좋은학교와 일맥상통한데, 결국 큰 틀에서 보면 이름만 바뀌어 왔던 것이다”고 말했다. 혁신학교로 지정된 초등학교에 아들을 보내고 있는 학부모 박모(36)씨는 “무슨무슨 학교로 지정했다가 없애고 하는 걸 반복하고 있다. 도대체 뭐 하는 짓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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