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워싱턴=김영희 특파원】「닉슨」대통령이 중공 땅을 밟아 역사의 한 「페이지」를 넘기던 날 미국사람들은 때마침 미국의 대부분의 지역에 내린 눈으로 집에서 TV생방송을 지켜 보았다.
이날 TV시청률은 인류최초의 달나라 착륙과 함께 TV사상 최고기록을 세웠다. 날씨까지 「닉슨」을 지원한 셈이다.
그러나 미국사람들은 「닉슨」을 맞는 중공의 태도가 정중하기는 했지만 예상외로 근엄하고 딱딱한데 놀랐다.
웃음이 없는 중공고관들의 모습, 흔해빠진 군중마저 없는 환영, 텅 빈 북경거리와 천안문광장 같은 것이 「닉슨」대통령을 맞는 것을 보고 미국국민들은 23년 묵은 적대관계가 1주일의 회담으로 해소되리라고 기대하지 말라는 「닉슨」대통령의 경고를 실감했다.
미국신문들은 모두 「닉슨」도착기사를 1면 톱으로 큰 표제를 달아 대서특필했다. 「워싱턴·포스트」지와 「뉴요크·타임스」지도 각 특파원기사로 중공특집을 실었다.
미국에는 재빨리 「닉슨」방문기념「메달」이 등장했다. 시카고에 본사를 둔「링컨·민트」회사가 제작한 이 「메달」은 천안문을 북경으로 「닉슨」과 주가 악수하는 장면이 새겨져 있는데 금박 20「달러」, 은박 15「달러」로 팔리고 있다.
「닉슨」을 영접하는 주은래의 화려한 모습과는 달리 「워싱턴·포스트」지의 7면 문화 단신 난에는 초라한 장개석의 사진이 게재되어 변천하는 세태를 실감케 했다.
「닉슨」이 북경에 도착하던 날 미국학자 두 사람간에 「닉슨」방중의 공과를 놓고 정면충돌이 일어나 흥미를 끌었다. 「존·페어벵크」교수와 「라이샤워」교수이다. NBC-TV가 마련한 대담 「프로」에서 「페어벵크」교수는 「닉슨」방중을 미-중공관계 23년간의 최상의 업적이라고 말했고, 「라이샤워」교수는 「닉슨」방문은 한낱 화려한 「뉴스·스토리」에 지나지 않으며 결국 방문은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계통 사람들과 공화당 우익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국민들은 대체로 이번 여행이 두나라 사이의 편견을 해소시킬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믿고 있는 것 같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