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송가-신동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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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리산 앙가슴
망망한 초원에 꺾지 않고 두고 온
들꽃의 목숨이여.
아침 안개 흐르는
계곡의 뒤안길
남몰래 놓아 버린
내 심혼의 한 가닥.
사람들이 선 자리에
제 무덤을 파는데 생명의 닻줄,
길게만 감아 올리는 봉우리의 슬기.
천왕봉, 세석봉은, 이제야
나는 구름 휘감고
오래 기다리던
무대에 오른다.
아아 요란한 박수갈채에
파아란 겉옷자락
잠잠히 물결 짓는
아름다운 산야여.
내 사랑 남김없이
쏟고 갈 이 땅에
지리산이 있었는가,
거기, 들꽃이 있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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