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표권문제와 미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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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국은 스스로 게시했던 중국의 「유엔」대표권 문제에 관한 일동 대표 제안을 우방국들의 지지 부족으로 철회했다고 전하고 있다. 이와 같은 보도는 미국정부가 아직 공식으로 확인한 것은 아니므로, 그 진부를 알 수는 없으나 이것이 사실이라면 『싸우지 않고 정의를 포기』하는 처사가 된다는 데서 모든 자유 국가는 실망을 느끼고 큰 유감을 표시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잘 알려져 있는 바와 같이, 미국은 지난 8월2일 「로저즈」미 국무장관의 성명을 통해 이중대표제의 골자를 명시했다. 즉 중공의 대표권을 인정하되, 자유중국의 대표권은 계속 인정 되야 하며(중요사항 지정), 안보리의석은 군장 규정에 따라 안보리가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이 이미 제시한 일동 대표제를 철회한다는 선이 나오게 된 것은 아마도 일본 때문인 것 같다. 그 동안 일본은 이러한 일동대표제안에 대해미국과 공동제안국이 되느냐, 안 되느냐의 문제를 가지고 자민당 안에서까지 의견이 대립되어 왔었다. 일본이 공동제안국아 된다는 것은 솔선하여 중공의 「유엔」가입을 저지하는 것이며, 그것이 일·중공 관계 개선에 결정적인 「마이너스」가 된다는 주장이 최근 자민당 내부에서 크게 들끓었던 것이다.
일본인들의 약삭빠른 이해 타산은 과거에도 국제관계를 추진함에 있어 흔히 하루아침에 과거의 의리나 신의를 헌신짝처럼 내던지는 것을 예사로 삼아왔었거니와, 일본의 이번과 같은 표면 외교 때문에 미국마저 그들의 국제적 신의를 포기한다는 것은 오늘날의 국제조류를 충분히 인정한다 하더라도 어쨌든 개탄하지 않을 수 없는 사대의 출현인 것이다.
물론, 『자유중국을 「유엔」으로부터 추방하기 위해서는 총회 출석 국의 3분의2가 필요하다』는 이른바 「역 중요사항지정」을 미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제안한다해도·금차 총회에서 그것이 붕괴될 전망은 결코 밝지 못한다는 것이 가리울 수 없는 사실이기는 하다.
그 이유로서는 지난 9월10일로써 가장 최근에 중공 승인을 결정한 「토고」를 포함, 현재까지 중공을 승인한 나라는 무려 68개국에 달하고 있으며, 그중 「유에」의결권을 가지고 있는 나라는 무려 65개국이 된다는 사실을 지적하는 것만으로도 족하다.
그런데 그 반면, 자유중국 승인국은 최근 중공을 승인한 「리비아」·「시에라리온」·「이란」·「터키」및 전 「페루」「토고」등 6개국이 자유중국과 단교 내지 외교를 중지하는 경우 57개국이 되며 「유엔」가맹국으로서는 54개국이 된다.
작년의 경우를 보면 「알바니아」안이 51대49 기권 23, 중요 사항 지정 안이 66대52 기권7로서 비록 「알바니아」안을 지지하면서도 중요사항을 지원한 나라들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금차 총회에서는 많은 나라들이 중공을 새로 승인했을 뿐만 아니라 종래 자유중국을 지원했던 미국과 일본마저 동요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결국 「알바니아」안이 통과된다는 결론밖에 나올 것이 없으나, 그럴 때 세계의 정의라는 것은 땅에 떨어지고 말 것이다. 자유중국은 「유엔」창설이래 세계평화의 달성을 위해 충실하게 기여해 왔으며 「유엔」헌장의 의무 규정을 깍듯이 지켜왔다. 자유 중국은 어려운 가운데서도 많은 저개발국, 특히 「아프리카」제국에 대한 기술원조를 제공했으며 아직 많은 나라들과 국교를 가지고 있다.
특히 「유엔」헌장 비교에는 회원국의 제명에는 3분의2 이상의 다수 표를 얻어야 한다는 규정이 살아있고, 또 헌장에는 안보상임 이사국으로서 「중화민국」네 글자가 명기돼있는 것이다.
중공이 「유엔」에 가입되고 안보이사국이 되면 세계가 직면한 제 문제해결은 더욱 어렵게 될 것이다. 중공이 행사할 거부권 행사는 기필코 「유엔」의 기능을 마비시키고야 말 것이다. 중공을 「유엔」에 가입시킨다는 것도 문제이지만, 「유엔」에 충실한 자유중국을 추방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어불성설의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유엔」회원국은 정말 양식에 입각해서 문제를 처리하는 신명이 있어야 할 것이며, 그렇지 않을 때 「유엔」의 전도는 먹구름만이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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