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경제 선생님] 기부하는 버릇 들이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4면

대구 지하철 참사로 인한 특별성금모금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으레 있는 일이지"하고 무심히 넘기지 마세요. 이번 기회를 성금의 의미와 '나눔의 경제'를 가르치는 기회로 삼으시길 권합니다.

성금에는 '십시일반'의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즉 내는 사람에게는 한 숟가락의 작은 돈이지만, 그것이 모이면 받는 사람의 한끼 식사를 해결할 만큼 의미있는 돈이 되지요. 요즘처럼 각박하기 쉬운 현대 사회에서도 나눔을 통해 타인의 어려움을 도와주는 것이 결국 모두가 잘 사는 길이라는 것을 자녀들에게 가르쳐 주시기 바랍니다.

기업이 거액의 성금을 내는 것도 같은 이치를 담고 있습니다. 그것은 단순히 기업의 이미지를 좋게 하기 위해서만이 아닙니다. 사회가 불행해지면 기업 역시 물건을 팔기 어렵게 됩니다.

예를 들면 세계적 컴퓨터 회사인 IBM에서는 어린이 문맹 퇴치 운동을 벌였습니다. 지속적으로 성금을 기부한 결과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는 어린이들이 점점 늘어났고, 그 결과 IBM은 더 많은 컴퓨터 고객들을 확보한 셈이 됐습니다.

성금을 내는 데도 부모님의 지도가 필요합니다. 성금을 낼 때 돈의 많고 적음만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때문에 자녀들이 가진 돈 모두를 성금으로 내겠다고 하거나, 돈이 없어 성금을 못 내겠다고 할 때는 그냥 넘기지 마시길 바랍니다.

성금은 '정성이 담긴 돈'입니다. 자신의 처지에 너무 부담스러워서도 안 되고, 자신이 필요한 물건을 다 산 뒤에 성금을 하려는 것도 좋지 않은 태도라는 것을 자녀들에게 일깨워 주십시오.

이번 일을 성금을 내기 위해 평소에 용돈 중 일부를 저축하도록 하는 계기로 삼으시는 것도 좋습니다. 그런 점에서 장기실천계획을 세우도록 지도해 주세요. 예컨대 한해 동안 자신의 용돈 1~10%를 모아 원하는 자선단체에 기부하거나 이번 사고처럼 갑작스런 불행을 당한 분들께 성금을 내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무엇보다 부모님들을 포함해 가족 모두가 이런 저축을 평소에 하시길 권합니다.

불행을 당한 이웃들에게 필요한 것은 돈만이 아닙니다. 자원봉사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자녀의 시간이나 재능을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자녀와 함께 찾아 보시기 바랍니다. 자녀가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이면 ▶성금과 세금의 차이▶다른 나라도 성금을 거두는지▶성금을 잘 쓰는 방법 등에 관해 함께 얘기를 나눠 보세요. 마지막으로 부모님들부터 먼저 '나눔'에 동참하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말만 하고 행동은 하지 않는 교육의 효과는 크지 않습니다.

배순영 박사.소보원 정책연구실 연구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