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피니스트」의 죽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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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우리 산악인들은 물론이고 온 국민이 관심을 기울이며 성원해오던 「마나슬루」(8천1백25m) 등반대가 뜻하지 않게 대월 김기섭군(26) 을 잃은데 대해 매우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 우선 김군의 가족에게 심심한 애도의 뜻을 보내면서 살아남은 등반대원의 무사 귀국을 충심으로 기원한다.
이번 사고가 69년 설악산에서 해외 원정의 꿈을 안고 훈련 중 10여명의 희생자를 냈던 국내 최대의 끔찍한 등반사고가 뇌리에서 채 사라지기도 전에 이역만리에서 빚어졌다는 점에서 우리 산악인들은 이 사건을 새삼 중시해야 하며 각성을 촉구해야 할 것으로 믿는다.
현지 사정은 몇십년만에 처음 겪는 기후의 악조건이라고 하니 대원들의 냉철한 판단력이 있었더라면 이러한 비극은 사전에 면할 수 있었지 않나 생각된다. 70년만의 악조건에 처해 있었다면 미리 대책을 세워야 했고 원정대가 현지에 가기 전에 이러한 사정에 대비한 지식과 충분한 예행연습을 치렀어야만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난해 「추텐히말」에 갔던 김정섭씨의 말처럼 대자연과 싸우는 「알피니스트」에겐 분투만이 성공의 비결이 아니고 날씨와 이에 대한 과학적인 지식, 냉철한 이성이 중요한 것이라고 한다.
이는 앞으로 우리 산악인 모두가 해야할 과제가 아닐까. 남은 대원들이 대장의 기지로 무사히 귀국하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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