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자회사의 문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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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그동안 추진중이던 단자시장을 육성하기 위해서 7일까지 초기 자본금 13억원으로 한국기자금융회사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남재무는 단자시장을 육성함으로써 기업의 단기운영자금조달을 용이하게 하고 사금융을 제도금융으로 흡수, 금융질서를 바로 잡는 촉진제로 삼겠다고 밝혔다 한다. 알다시피 우리 나라에서 사금융의 규모가 매우 크기 때문에 이를 공금융에 흡수해야 하겠다는 생각은 관계에서 특히 버리지 못하고 있는 하나의 집념이라 하겠으나 그것이 시도되어 성공한 일은 일찍이 없었다는 것도 공지된 사실이라 할 것이다.
지난 65년9월에 단행된 이른바 금리현실화조치도 따지고 보면 사금융을 양성화한다는 명분아래서 유례없는 역금리제를 도입했던 것이지만, 결과는 사금융의 양성화와는 아무런 관계를 맺지 못했던 것이다.
이처럼 사금융의 양성화정책이 고금리 체제하에서도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는 공금융과 사금융간의 관계를 당국이 정확하게 이해치 못하고 있는데 있는 것이다.
즉 사금융은 공금융과 별도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당국이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걸핏하면 사금융 양성화론이 제기되고 그것이 정책으로까지 거론되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사금융도 어디까지나 공금융계수에 내재되어 있는 것이며, 다만 다른 것이 있다면 금융기관이 여신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사채업자가 실질적으로 여신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만이 다를 뿐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사채업체는 예금형태로 자금을 보유하면서 필요한 경우, 대출을 받거나 예금을 인출해서 사채를 놓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채가 제도금융밖에 있다는 생각은 하나의 허상인 것이며, 제도의 개편으로 사금융을 양성화하려는 정책도 허상적인 범위를 벗어 날 수 없다는 것이다. 사금융이 존재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금융제도의 결함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인플레」와 투기요인에 있는 것이므로 제도개편으로 사금융을 양성화하겠다는 생각보다는 「인플레」와 부당이득의 소지를 제거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것이 옳다는 것이다.
또 설사 단자회사를 설립하여 사금융자금을 흡수할 수 있다고 가정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현재의 금융조건과 어떻게 조화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연리 30%의 금리로도 사채자금을 예금으로 정착시킬 수 없었음은 이미 증명된 사실이 아닌가.
그렇다면, 단자회사가 연리 몇%의 금리로 사채자금을 흡수하겠다는 것인지 당국에 묻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단자회사가 단기어음을 금융기관정기예금전리수준보다 높은 금리로 할인발행하지 않는 한, 실질적으로 사채자금을 흡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는데, 그런 경우 현행금융기관정기예금이 빠져나가는 사태를 어떻게 수습할 것인지 문제라는 것이다.
반대로 단자회사가 정기예금최저금리 연12%보다도 낮은 수준의 금리로 단기어음을 할인 발행하게 된다면 진실한 사채양성화는 기대할 수 없는 것이며, 그 대신 금융기관의 통지예금·보통예금·새생활예금 등 대기성예금과 대체될 가능성만 커지는 것이다.
어느 경우이건 현존 금융기관의 자금사정을 근본적으로 악화시키게 될 것이며, 결국 단자회사는 현존 금융기관에 「콜」자금을 공급해야 할 것이다. 이 경우 고금리로 동원된 자금을 낮은 금리로 금융기관에 공급할 수밖에 없게 되는데, 그것은 요컨대 평지풍파를 일으킬 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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