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현, ARP 부문 2위 선정과 그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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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병현, ARP 부문 2위 선정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소속의 김병현(23)이 2002시즌 동안 메이저리그 양 리그를 통틀어 구원투수 ARP(Adjusted Runs Prevented) 부문에서 2위를 차지하는 성적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는 메이저리그 야구 통계 전문가인 마이클 월버튼이 올 시즌을 종료한 시점에서 분석한 '최종 2002시즌 구원투수 평가 항목 보고서(Final 2002 Reliever Evaluation Tools Report)'의 한 항목인 ARP 부문에서 도출된 결과다.

투수들의 능력을 평가하는 개념으로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개념인 ERA(Earned-run average),즉 방어율이라는 개념이 일반적, 추상적인 개념이라면, 구원투수에게만 적용되는 ARP는 보다 세부적이며 구체적이어서 투수의 역할 분류에 따른 능력을 검증해 볼 수 있는 평가 자료로 이용되어지고 있다.

ARP 분석에 따르면 김병현은 메이저리그 최고의 마무리들을 따돌린 것.올 시즌 55세이브 포인트로 메이저리그 시즌 최다 세이브를 기록한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의 마무리 존 스몰츠(14위,ARP 포인트 17.8)를 따돌렸다.

게다가, LA 다저스의 '수호신' 에릭 가니에(4위, ARP 포인트 25.7),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좌완 마무리 빌리 와그너(9위,ARP 포인트19.3), 샌프란시시코 자이언츠의 롭 넨(23위,ARP 포인트 15.0)을 차례로 그의 등 뒤로 밀어냈다.

한편, 메이저리그를 통틀어 ARP 포인트가 가장 높은 구원투수는 시즌 방어율 1.69를 기록하며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샛별'로 떠오른, 옥타비오 도텔. 그는 28.7 포인트를 기록, 26.3 포인트에 그친 김병현에 앞서 1위에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이와는 반대로, 메이저리그 최고의 '방화범'이라는 불명예를 안은 선수는 시즌 도중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서 LA 다저스로 이적한 테리 머홀랜드(ARP 포인트 -23.6)가 차지했으며 이에 뒤질세라 시카고 커브스의 카일 판스워스가 -22.5 포인트로 머홀랜드 덕분에 '어물전 꼴뚜기' 신세는 면하게 됐다.

(2) 김병현과 ARP의 상관관계

국내에서는 생소한 개념인 ARP(Adjusted Runs Prevented)는 우리말로 해석할 때는 난감하다. 어딘가 바지 저고리가 안맞는 듯한 느낌이 들지만, '조정된 예방 실점'이라는 표현이 어떨까 생각한다.

즉, 구원투수가 등판할 상황에서 팀 실점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요소를 변수화하여 분석, 구원투수가 팀 실점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예방하는가에 대한 능력을 수치상으로 나타낸 것이다. 여기서 '조정된(Adjusted)'이라는 개념은 경기장 요인(Park Effect)에 의해 가중치가 주어진다는 뜻.

그럼,ARP는 어떤 변수들의 조합으로 도출되는 것일까?
ARP(Adjusted Runs Prevented)를 산출하는 공식은 다음과 같다.

ARP = (ER(sS,P) - ER(sF,P) + IF*ER(s0,P) - R) / pe(P)

여기서 ER(sS,P)는 P 경기장에서 구원투수가 등판했을 당시의 예상 실점을 의미하며 그 예상 실점은 등판 당시 아웃 카운트와 주자의 숫자에 의해 결정된다. ER(sF,P)는 마찬가지로 구원투수가 강판할 당시의 예상 실점을 뜻한다.

그리고,IF는 던진 이닝수를 의미하며, ER(s0,P)는 주자가 없고 아웃카운트가 0가 아닌 모든상황의 이닝을 의미한다. R은 구원투수가 그 경기에서 허용한 실점을 뜻하며,pe(P)는 각 경기장에따라 가중 수치화된 경기장 효과(Park Effect)를 의미한다.

따라서, 김병현의 ARP 포인트가 26.3이라고 한다면, 김병현은 올 시즌 애리조나 다이아몬드 백스의 팀 실점을 26점이나 줄인 결과가 되는 것. 앞에서 말한 바와같이 ARP 포인트 17.8을 기록한 존 스몰츠의 55 세이브 포인트에 비교할때, 김병현의 36 세이브 포인트도 질적으론 결코 뒤지지 않는 시즌 기록이라는 분석이 가능해진다.

ARP와 같은 질적이며 섬세한 데이타는 양적인 데이타(방어율,다승)에 의해 저질러지는 평가 오류를 수정,보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즉, 플레이어의 능력중 가려진 부분(예를 들자면, 팀 공헌도)을 명확하게 제시하는 특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선수의 구체적 능력 검증은 질적인 데이타에 의한 보완이 이루어진 후에라야 양적인 데이타가 객관성과 공정성을 동시에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결국 ARP와 같은 질적인 데이타들이 선수들의 연봉 책정시 평가 항목중의 하나로 제시되는 것이 구단과 선수 쌍방을 위해 바람직하지는 않은지 한 번쯤은 생각해 볼 일은 아닐까?

타 팀으로의 트레이드설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김병현이 애리조나에 남거나 다른 팀으로 이적되거나에 상관없이, 어느 경우라도 'ARP 부문 2위 선정'이라는 질적 메리트는 이에 상응하는 해당 구단측의 올곧은 평가로 보상되어져야 할 부분임에 틀림없다.

이지우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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