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전 닦는 이중 미가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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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올해 쌀 작황에 관계없이 2백만 내지 3백만 섬의 외미 도입을 정부와 여당이 검토하고 있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이러한 외미 도입의 의도는 크게 나누어 두 가지 측면에서 분석되고 있다. 그 하나는 이중미가제를 뒷받침할 재원조달이라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쌀 증산 템포를 앞지르고있는 쌀 소비량의 증가추세를 커버하기 위한 것이다.
이중미가제는 농·공 소득격차를 좁히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시책 중의 하나다.
따라서 정부는 이미 올해 추곡수매가를 지난해보다 30∼35%인상할 방침을 굳혀 가마당 7천원선에 수매할 것을 계획하고 있다.
이에 반해 쌀값이 도시가계에서 차지하는 주도적 위치와 도매가격 지수상의 비중을 고려소비자 가격의 급격한 상승 또한 억제해야 한다.
올해의 경우, 80㎏들이 가마당 5천1백50원에 수매, 조작비를 가산한 결과 가마당 5천7백28원이 정부미 방출원가였는데 정부는 5천4백원에 방출, 가마당 3백28원의 적자를 부담했다.
물론 이 적자는 양특에서 풀로 계산, 가마당 4천2백원 내외의 도입 외미 판매수익으로 커버되었던 것이다.
도입 외미의 원가가 국내 판매가보다 월등히 싸다는 점에 착안 그 판매대전에 의한 이중미가의 적자를 커버할 수 있다는 점이 바로 이번 외미도입의 근본적 이유라는 설이다.
농가수입의 70%를 차지하는 미곡수입을 늘리자면 정부수매가를 획기적으로 인상해야 하고 전례없이 올해에 30∼35%의 대폭적인 인상을 계획하게 된 것 자체가 이미 외미 도입을 전제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쌀 생산자의 소득증대와 소비자의 최저부담이라는 두 가지 상반하는 요청을 합리적으로 충족하자면 이중곡가의 폭을 넓히는 길뿐이다.
이 폭을 올해의 가마당 3백28원에서 71미곡년도에는 8백원 내지 1천원으로 확대할 것을 계획, 7천원대에 수매한 쌀을 7천원 이하로 방출할 길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 정부 수매의 내정된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이중미가 조작에는 방대한 재원이 필요한데 정부와 여당은 약 4백억원의 기금을 안고 10월13일부터 발효될 양곡영리기금과 외미도입 판매대전으로 8백억원 규모의 재원이 조성되면 이중미가 및 맥가의 조작이 가능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런데 이중 미가와 고미가 정책의 병행 실시는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쌀소비에 가격조절에 의한 브레이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조정당국은 계산하고 있다.
쌀 소비템포의 급상승은 70미곡 연도에 나타났다.
올해 쌀 수급계획은 지난해 수확량 2천8백40만섬과 외미3백2만섬, 이월곡 등을 합쳐 3천2백만섬 규모로 짜여졌고 이중 3백28만섬이 비축미로 계상되었으나 실제 이월량은 1백만섬 규모가 소비되었다.
이는 70년대 초기에 3천만섬이면 쌀의 자급자족이 가능할 것으로 봤던 정부의 예측을 앞지르는 스피디한 것이며 이런 소비패턴으로 가면 71년에는 물론 앞으로도 계속 국내생산만으로 수요를 커버하기 어렵다는 계산이 나온다. 올해 쌀 수확량은 대체로 2천9백만섬, 아무리 대풍이 된다해도 3천만섬을 넘지 못하리라는 농림부의 추계이며 따라서 가격 조절용이든 이중미가의 재원이든 간에 2백만섬 이상의 외곡도입의 소지를 안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중미가에 의한 수매가격의 이례적인 인상을 여당의 내년 선거 이슈로 볼 수 있다면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도 외미 도입의 가능성은 극히 명백한 것일 수 있다. <신영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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