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은 기업 생존 문제 … 기존 체계 존중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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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신임 회장이 21일 서울 상의회관 국제회의장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 법은 (중략) 상공업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를 높이고 상공업의 경쟁력을 강화함으로써 국민 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상공회의소법 제1조의 내용이다.

 21일 대한·서울상공회의소 회장에 취임한 박용만(58) 두산그룹 회장은 이 조문 중 ‘사회적 지위’를 각별히 강조했다. 그는 취임식에서 “상공인과 기업이 국가 경제에 기여한 만큼의 평가를 받는 것이 필요한 시대”라며 “기업의 사회적 지위를 높이는 것은 상공회의소법 1조의 내용이자 자본주의 4.0 시대의 요구”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군림하거나 대접만 받겠다는 뜻은 전혀 아니다”라며 “기업이 ‘기업 시민’으로서 솔선하고, 사회는 이를 인정하는 선순환이 있어야 지속 가능한 경영도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기업도 압축성장 시대에 용인됐던 잘못된 행동을 버려야 한다”며 “그러나 일부를 이유로 전체를 매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과 규제가 쏟아지고 있는 데 대해선 ‘유연한 해결책’을 주문했다. 그는 “단초를 제공한 것이 상공인이란 점은 인정해야 한다”면서도 “열리고 심도 있는 논의를 하면 입법까지 가지 않아도 유연한 해결책이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시급한 현안으로는 통상임금과 외국인투자촉진법을 꼽았다.

그는 “회원사의 한결같은 고민이 통상임금 문제”라며 “특히 중소기업은 이를 생존의 문제로 느끼고 있는 만큼 (통상임금의 범위를 정할 때) 지금까지 노사가 합의하고 유지해온 임금체계가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외국인투자촉진법의 국회 처리가 지연돼 2조3000억원의 투자가 묶여 있다”며 “하루빨리 처리해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지지부진한 기업 투자에 대해선 “투자는 의지가 아니라 기회의 문제”라고 규정했다. 그는 “지방 상의 회장들을 만나 보니 투자할 의지가 있어도 기회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가 많았다”며 “상의가 기업의 눈과 귀가 되고, 정보의 허브가 되겠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취임 첫날부터 소탈하고 소통하는 회장의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그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도 아이패드부터 먼저 켰다. 취임식도 직원들이 의자에 앉은 채로 진행했다. 과거 상의 회장 이·취임식은 직원들이 줄을 맞춰 선 채로 행사를 했다. 업무보고를 한 일부 간부에게는 “언제든 할 얘기가 있을 때는 카카오톡으로 문자를 보내라”는 얘기를 하기도 했다. 수원 지역 상의 회원 간담회에선 폭탄주를 20잔 이상 마시기도 했다.

그를 만난 상의 임원들은 대체로 “판단력이 빠르고, 글로벌 시각을 강조했고, 생각이 젊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평을 했다. 박 회장의 형인 박용성 회장을 상의 회장으로 모신 경험이 있는 일부는 ‘점잖은 박용성’이란 평가도 했다. 박 회장 취임으로 두산가는 2대에 걸쳐 3부자가 상의 회장을 하게 됐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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