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평론집 『검은 삼각』출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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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앙드레·말로가 문학과 미술의 평론들을 모아 검은 삼각』이란 새 책을 냈다. 갈리마르 출판회사에서 나온 이 책은 지금까지 발표된 그의 논문에 새로이 서문을 붙인 것.
내용은 그의 초기논문 「불문학정경」에서 라클로에 대한 부분과 47년의 『고야의 데상』중의 서문, 그리고 55년의 알베르·올리비에의 셍-쥐스트에 그가 붙인 서문 등이다. 『위험한 관계』란 저서를 남긴 라클로는 프랑스 혁명 당시의 지성적 작가. 거의 2세기가 지난 오늘 말로는 라클로의 명쾌하고 냉정한 이성을 높이 사 혼란의 시대를 타개하는데 어떤 암시를 얻고자 한다. 『고야의 데상』에서는 그는 에로티시즘의 문제를 재기한다. 검은 색의 의식으로 표현된 에로티시즘이 고야에게는 쾌락의 독점물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셍-쥐스트는 왕정을 무너뜨린 공화국은 단순한 통치체제가 아니라 인간을 구원하는 미래에의 희망을 불어넣는 것이어야 한다고 믿었다.
이렇듯 시대와 분야가 다른 새사람을 한데 묶은 말로의 의도를 평론가들은 그의 사상의 총정리라고 말하고 있다.
말로는 이 책에서 위의 세 천재(문학=라클로·미술=고야·정치=셍-쥐스트)는 각 분야에서 세 개의 부조리에 도전, 끊임없는 창조력을 발휘했다고 쓰고 있다. 또 이러한 저항의 정신은 마틴·루터이래 현대에 이르기까지 계속되어 왔다고 쓰고 있다. 드골의 퇴진과 함께 문화상 자리를 물러난 말로는 최근 프랑스 한림원에 들어갈지도 모른다고 하며 TV에도, 출연하여 정력적인 비평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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