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치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책상이 뒤뚱거린다. 책상다리의 길이가 고르지 못한 때문인가 보다. 그래서 길다고 여겨지는 다리를 좀 자른다.
너무 많이 잘랐는가 보다. 또 다른 다리를 자른다. 그래도 뒤뚱거린다. 또 한쪽 다리를 좀 잘라본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반대편 다리가 길어졌다. 그쪽을 또 자른다. 겨우 책상의 네 다리가 고르게 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책상에 맞춰서 의자다리를 잘라야 한다. 어쩌면 의자 다리가 고르게 되면 또다시 책상다리를 잘라 나가야 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와 비슷한 얘기는 우리네 주변에도 흔하다.「이소프」의 얘기책에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세종로 거리가 붐빈다. 그래서 길 폭을 넓히니까 이번에는 안국동과 종로가 붐빈다.
고속도로를 만들어 교통이 편해지니까 오히려 이곳에 차가 몰려 고속도로의 기점과 종점은 더 붐비게 된다. 이곳들을 정리하려니까 이번에는 또 딴곳의 교통이 막히게 된다.
이렇게 한 부분의 말썽만을 없애면 또 다른 부분이 터지기 마련이다. 그러다가 전체가 전보다 더 결딴이 난다. 「코로나·택시」를 6인승으로 만든다는 것도 비슷한 얘기다.
한 사람이라도 더「택시」에 태우면「러쉬아워」때의 교통난이 그 만큼 완화된다. 그럴 듯 하게 들리지만 사실은 출퇴근 때「택시」를 이용하려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가 하는 단순한 덧셈도 저버린 얘기다. 뿐만 아니라 교통난을 해소하려다 오히려 교통지옥을 만들 위험도 있다.
미국 상원에서 며칠전에 발표한 보고는 특히 소형차의 안전장치에 보다 깊은 검토가 있기를 요청하고 있다. 그 까닭은 미국에서의 차 사고통계에 의하면 값싼 소형 승용차의「드라이버」들은 대형의 승용차「드라이버」나 승객들보다 사고로 죽거나 중상을 입는율이 더 많기 때문이라 한다.
가뜩이나 무서운 소형차의 안전도를 무시해 가면서까기 비좁은 앞자리에 세 사람씩이나 태우게 하는 까닭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이 문제로 교통부와 내무부가 맞서고 있다지만 제발 그렇다고 또 다른 다리를 자르겠다고 덤비지 말았으면 좋겠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