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환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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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학교 환경」문제가「클로스업」되었다. 당국은 우선 학교주변의 미화에 나섰다. 잡상인들을 없애고, 쓰레기를 말끔히 치우는 등 부산하다.
어느 시골 학교 교사의 수필을 읽은 기억이 난다. 어린이들의「쉬는 시간」에 관한 이야기였다. 수업시간 사이에 있는 10분을 어떻게 보내는가하는 흥미 있는 관찰이었다. 대부분의 어린이들은 교실에 눌러 앉아 어물어물 그 시간을 보내고 싶어했다.
그러나 어느 날, 그 교사는 의외의 사실을 하나 발견한다. 운동장에「코스모스」가 만발할 무렵이면, 아이들은 모두 밖으로 뛰어 나가기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는 5년을 두고 이것을 유심히 보았다. 대개 운동장이 밝고, 또 그곳에 화단이 잘 가꾸어진 학교의 아이들은「쉬는 시간」은 바깥에서 보내고 싶어하는 것을 알게된다.
『굿·바이「칩스」선생』이라는 영화가 있었다.「제임즈·힐튼」의 소설을 영화화한 것이었다. 영국「케임브리지」에 있는「리제」중학교의 풍경. 개울이 흐르고, 그 개울을 메울 듯이 수목들이 늘어지고, 우거진 사이에서 아이들은 뛰어 노는 것이다. 가벼운 날개라도 단듯이 즐거운 아이들. 대저 여기는 아이들의 천국 같은 학교였다.
교육과 생활정서와는 마치 공기와 호흡과의 그것처럼 중요하다. 교육의 이상은 교과서 속에만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 생활의 전부가 교육이며 정서이다.
따라서 아이들의 생활은 다만 학교 운동장에서만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이른바 학교 주변의 정화는 한 부분에 불과하다. 한 발짝 교문을 나서면 바로 추악한 사회의 악취가 코를 찌르는 현실-. 이것은 원초적인 문제이기도하다. 학교의 정화는 오히려 사회의 정화에서 시작 돼야 한다.
한집 건너 술집이 있고, 으슥한 골목마다 여관이 있고, 목욕탕이 있고, 그리고 도박장이 있는 이 사회는 그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도시의 대기오염, 쓰레기, 더러운 물, 불량한 식품들, 짐승 같은 자동차들, 욕설과 폭력들, 그리고 불친절한 교사들.
결국 학교생활의 정화는 바로 정치의 정화, 경제의 그리고 문화의 정화에서 비롯해야 할 것 같다. 사회가「깨끗한 교실」일 때, 드디어 학교의 유리창도 맑아지고 운동장도 즐거워진다.
학교정화「캠페인」과 함께 사회 미화의 그것도 이 기회에 시도해 볼만하다. 이제 우리는 「환경의 시대」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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