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도 없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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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4일새벽 서울의 기온은 영하1도. 첫 얼음은 이보다 하루 앞선 3일새벽에 볼 수 있었다. 관상대기록을 보면 「영하전선」은 파도처럼 한반도의 내륙으로 깊숙히 밀려 들었다.
서울·전주·추풍령·강릉을 잇는 V자형의 선이 바로 살얼음 지구. 겨울은 북쪽에서 맹속으로 달려온 육상선수처럼 서울과 강릉을 잇는 「테이프」를 가슴에 걸치고 한반도의 중턱을 세로로 질러온 것이다.
지난10년간의 기록에 따르면 이번에 첫얼음을 보인 전선의 이북은 11일 평균 영하의 날씨가 10일간. 그러나 평안북도 강계쪽은 11월 한달내내 영하의 날씨를 기록한다. 삼천리강산의 기후는 그처럼 다채롭고 무상하다.
하긴 가까이 일선은 벌써부터 영하. 4일 새벽 대성산은 영하 7도. 역시 일선인 강원도의 대우산은 그보다 더 낮은 영하 8도. 이쯤의 날씨이면 쇠붙이에 손바닥이 쩍쩍 들어 붙는다. 일선장병들은 어느새 한겨울을 지내고 있는 것이다.
관상대는 추위와 곁들여 건조주의보를 내리고 있다. 건조한 날씨에 찬바람이 불고 보면 제일 걱정스러운 것이 감기이다. 대부분의 경우는 목이 붓고 기침이 나며, 감기는 슬금슬금 기세를 올리는 것이다. 요즘의 일기는 바로 감기의 제철이다.
감기는 한냉과 같은 물리적인 원인에서도 발생하지만, 화학적인 원인에서도 일어난다. 「개스」가 탁해도 감기에 걸리는 것은 그 때문이다. 도시 사람들이 바람만 선들 불어도 열이 오르고, 기침이 나는 것은 그 화학적인 작용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도시의 공해는 이처럼 보이지 않는 부작용으로도 번지고 있다. 겨울이 되면 도시가 온통 열이 오르고 몸살을 앓고있는 느낌마저 들때가 있다.
겨울은 이제 바로 눈앞에서 서성거린다.
『꽃도 새도 햇볕도 없는 11월이여!』이렇게 노래한 시인이 있었다.
"No flower, no bird, no sunshine, and november!"
이 쓸쓸하고 어설픈 계절에 우리는 건강이라도 완전히 지켜서 다가올 겨울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농민의 마음은 가뜩이나 무거운데 감기마저 기승을 올리면 어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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