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우의 저구마을 아침 편지] 병아리들의 졸업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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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지난 주말 딸 지윤이 유치원 졸업식이 있었습니다.

해수욕장 바로 옆에 붙어 있는 명사초등학교 병설유치원-. 남부면에 하나밖에 없는 유치원이지요. 상윤이.상화.광희.초롱이.보슬이.경환이.혜빈이.산하.찬영이.근영이.소연이.소희.초원이.권욱이.세호.현하.미옥이.서윤이.석환이…이렇게 스무 명입니다. 상장과 선물 하나씩을 받았습니다. 이 아이들 중 근포.대포.홍포마을에 사는 아이들은 한시간이 넘도록 걸어 유치원을 오갔습니다.

찬바람이 몰아치든 태풍이 오든 딸아이는 유치원에 갔습니다. 친구와 선생님을 만나기 위해서입니다. 노란 비옷에 장화를 신고 파도와 비바람이 치는 바닷길을 따라 보란 듯이 달려가던 딸아이 모습이 눈앞에 선합니다. 간혹 바닷가에서 노느라 지각을 하곤 했지만 그런 시간을 지나 딸아이는 부쩍 자란 듯합니다. 그러면서 아이들은 궂은 날보다 맑고 좋은 날이 더 많다는 걸 깨우쳤을 터입니다. 삐약거리며 졸업노래를 부르는 모습-. 이렇게 세상이 조금씩 더 따뜻해지면 좋겠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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