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제프리 존스 주한 미국 상의 명예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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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복수할 거야. 그런데 어떤 방법이 좋을까."

지난해 7월 어느 날. 나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 말리부에 있는 한 가파른 산을 오르며 이렇게 내뱉고 있었다. 숨을 헐떡거리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한 친구를 원망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를 사지(死地)에 몰아넣은 이는 다름아닌 12년간 친분을 유지했던 한국맥도날드 신언식(申彦埴.45)사장. 나는 그의 권유로 말리부로 날아왔다. 이 곳에 있는 '아쉬람'이라는 건강회복센터에서 일주일 동안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함께 입소한 14명과 한 조가 돼 아침 6시에 일어나 3~4시간 동안 20km의 거리를 산행하고, 오후에는 각종 헬스기구들을 이용해 체력을 단련해야 했다. 식사는 고작 사과 한 조각 또는 야채 샐러드.

평소에 식탐(食貪)이 많았던 내가 주린 배를 움켜잡고 뙤약볕에서 산행을 한다는 것은 큰 고역이었다. 때문에 밤마다 몸이 쑤셔 끙끙 앓으면서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런데 입소 6일째 되는 날부터 몸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또 믿어지지 않겠지만 일주일만에 몸무게가 8㎏이나 빠졌다. 내가 살과의 전쟁에서 확실한 승리를 확신할 수 있게 된 것은 그의 애정어린 제안 때문이다.

"제프리형, 예전에는 멋있었는데 날로 살이 찌는 것 같아. 앞으로도 살 날이 창창한데 더 멋있게 살아야 하지 않겠어."

그는 심지어 내게 병원에서 일주일간 단식할 것을 권하기도 했다. 나는 그때마다 "너무 가혹하지 않느냐"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거절했다.

돌이켜 보면 아쉬람을 소개해준 申사장을 잠시나마 미워했다는 사실이 부끄럽고 미안하다. 그 덕분에 건강 뿐만 아니라 외모에서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나는 지난해 12월에는 자발적으로 아쉬람에 입소해 9㎏을 빼기도 했다. 지난해 7월 아쉬람에 들어가기 전의 내 몸무게는 1백48㎏이었지만 지금은 1백24㎏.

두번의 아쉬람 입소와 식습관 개선으로 무려 24㎏을 감량한 것이다. 오는 3월에도 아쉬람을 다시 찾을 계획이다. 나의 몸무게 목표는 1백㎏이다.

예전에는 거울 속의 내 얼굴을 보거나 또는 신문.방송 등에 등장한 내 모습을 보면서 양 볼에 찐 살이 보기 싫어 짜증이 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젠 갸름해진 내 얼굴을 보면 나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번진다. 그동안 몸무게가 늘면서 쓸모없게 됐던 옷들을 다시 입게 된 것도 흐뭇한 일이다.

申사장은 영화배우 출신인 한나라당 신영균 의원의 아들이다. 그를 알게 된 것은 그가 한국맥도날드에 지분 투자를 했던 1990년이다.

난 미국 맥도날드사의 고문변호사 자격으로 업무상 그를 자주 만났다. 만남의 횟수가 늘면서 그의 인간적 매력에 푹 빠졌다. 그는 성격이 활달하고 밝을 뿐만 아니라 예의바르다.

주변에선 申사장과 어떻게 친구가 될 수 있었는지 묻곤 한다. 申사장이 나보다 나이가 여섯 살이나 어린 만큼 서로 가까워지는 데 특별한 계기가 있지 않았냐고….

분명한 것은 그와 함께 있으면 마음이 편하고 유쾌하다는 점이다. 그가 내 곁에 있기에 나의 한국생활이 항상 즐겁다. 그것이 바쁜 일정 속에서도 매주 그를 만나는 이유다.

그는 지난해 한.일 월드컵대회 당시 광주에서 열린 한국 대 스페인 8강전에 나와 아내를 초대하기도 했다.

당시 경기장에서 한국인들과 '오! 필승 코리아'를 목청껏 외치면서 승리의 기쁨을 함께 누렸던 것을 평생 잊을 수 없다. 내 단점에 대해 냉철하게 지적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조언을 아끼지 않는 그는 둘도 없는 '진실한 친구(true friend)'다.

정리=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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