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여름 휴양 테마는 '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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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가족을 위한 시간이다. 항상 그러해 왔다. 물론 그 구체적인 모습은 시대에 따라 달라져 왔지만. 1810년에는 방학 기간을 이용해 온 문중이 다 모여 수확을 거둬들였겠지만, 2002년에는 일가 친척들이 모여 미니 밴을 타고 러시모아산 관광에 나선다. 하지만 어쨌든 여름이 가족 간 친목의 계절임은 여전히 변함없다.

또한 업계 관측에 따르면 지난 9월 테러 사태 이후 가족 단위로 함께 여행을 떠나고 싶어하는 이들이 점차 늘고 있다고 한다. 이미 호황을 이루고 있는 가족 단위 여행이 테러 참사를 통해 한층 더 인기를 끌게 된 것이다. 물론 둘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 하는 부모들도 있겠지만 아이들을 가까운 여름 캠프로 보내고 나면 집에서도 오붓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캐시 수데이키스 미여행업협회(ASTA) 부회장은 "지난 몇 년 사이 가족 단위 여행이 붐을 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지난 9.11 사태 이후로는 가족들이 정말 모두 함께 모여서 여행을 떠나고 있다"고 말했다. "무언가 안 좋은 일이 생기면 사람들은 가족들과 함께 머물고 싶어한다."

여름철 여행은 학교 방학기간이 있기 때문에 신축성 있게 계획을 세울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가족 구성원들 모두가

'가족단위 여행'하면 엄마, 아빠, 두세 명의 꼬마 그리고 애완동물 한 마리의 모습이 떠오르는가? 그렇다면 이제는 여러분들의 관점을 한 단계 발전시킬 때가 되었다. 여행 및 호텔업계 관계자들은 이제 고객들이 '가족'이라고 말할 때는 그야말로 가족 전부를 의미한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미시간주 그랜드래피즈에 위치한 위트 관광여행사의 테리 용커는 "여행 떠나는 가족 구성원들의 숫자가 올해 들어 정말 커지고 있다. 22명 단체 여행 상품에 14명이나 16명으로 이루어진 가족 고객들의 신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제는 단순히 엄마, 아빠, 꼬마들만 오는 것이 아니다. 나는 유람선이나 항공, 호텔료 등의 할인을 위해서 고객들의 나이를 물어야 하기 때문에 이 점을 알고 있는 것이다."

조부모들 역시 여름철을 이용해 자식들 및 손자들과 함께 시간을 가지려 하고 있다.

캔자스주 미션에서 가족 여행상품 전문 여행사를 운영하고 있는 수데이키스는 "자식들 집을 찾아온 조부모들은 대게 거실에서 앉아만 있다 오게 된다. 자녀들은 일 때문에 바쁘고, 꼬마 손자들은 유치원에 가며, 좀 나이든 손자들은 밴드 연습으로 바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조부모들은 아예 가족 전부를 데리고 자신들이 비용을 대서 여행을 떠나고 있다."

수데이키스는 "이런 세대 간 여행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며 "70세 혹은 75세 생일 축하나 결혼 40주년 기념을 위해 자식, 손자들이 모두 함께 모여 추억을 만들려는 가족들의 숫자가 점차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한 집안이 모두 모여 어디로 여행을 떠나게 될까? 일부는 관광객 유치를 위해 호텔 숙박료를 저렴하게 하고 있는 유럽을 선택하고 있다. 또 일부 가족들은 유람선 일괄 여행 상품을 선택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냥 집에서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떠나고자 하는 가족들의 숫자도 상당수에 이르고 있으며, 미국 내 호텔 업체들도 이러한 경향을 인식하고 있다.

티아 고든 미 호텔숙박협회 대변인은 "우리는 현재 자녀, 손자 그리고 조카들까지 함께 떠나는 여행객들의 숫자가 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며 "호텔 업체들이 이런 가족 단위 여행 상품을 본격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한때는 이런 단체 여행객들이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으나, 지난 9.11 사태 이후 많은 사람들이 가족과 함께 지내기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사추세츠주 보스톤의 한 호텔 체인 업체는 가족 단위 관광객들을 위해 저렴한 일괄 가격으로 미국 역사 탐방 상품을 마련해 놓고 있다.

여름 계획

용커는 단체로 여름 휴양을 떠나고자 하는 가족들은 반드시 6주나 8주 전부터 계획을 세우기 시작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미국 현충일(5월 30일)기간을 이용해 여행을 떠나고자 한다면 3월경부터는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

가족들도 휴가철 가격 인상을 피할 수는 없겠지만 일찍부터 계획에 들어가면 최소한 이용 가능한 여행 상품이 없어서 곤란을 겪을 위험은 줄일 수 있다고 용커는 말한다. "모든 사람들이 휴일기간 동안 여행을 떠나고 싶어한다. 유람선 여행의 경우 벌써부터 크리스마스 상품이 매진되고 있다."

여행 권위자들이 말하는 또 한 가지 조언은 여러분들 자녀의 피칭 실력이 향상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라는 것이다.

수데이키스는 "자녀가 소속된 운동경기 팀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며 여행 일정을 바꿀 수 없겠느냐는 전화를 종종 받곤 한다"고 말한다. "전화를 걸어온 부모들은 '이 녀석들이 이렇게 잘 해낼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 정도 실력은 안 되는데 말이다'고 말하곤 한다. 결국 이들은 여행객 1인당 위약금을 모두 물거나, 사전에 미리 준비한 보람도 없이 비싼 여행 상품을 선택하는 수밖에 없다."

세명의 자녀를 둔 수데이키스는 고객들에게 여름 캠프, 소프트 볼 경기 및 밴드 캠프의 일정을 사전에 미리 검토한 후 여름휴가 계획을 세울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이 가족 여행 전문가는 여름철 동안 로맨스를 갖고자 하는 커플들에게도 한마디 조언을 한다. 기다려라.

"8월 10일이 자기 부인의 생일이며 이제 막 아기도 태어나서 부인과 함께 근사한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남자의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고 수데이키스는 말했다. "나는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8월 10일에 부인께 여행 티켓을 선물해 드리고 실제 여행은 9월 10일에 떠나세요. 여름철에는 어딜 가도 가족들과 어린아이들로 붐빕니다.'"

Christy Oglesby (CNN) / 오병주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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